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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남성혐오’라는 이름의 ‘자기혐오’
[217호] 2021년 09월 13일 (월) 장은정 비평가, 사각출판사운영
   
△ 사진출처 : Pixabay

   나는 이 글을 2021년 8월 9일에 청탁을 받았다. 청탁서에는 최근 손가락 표식을 둘러싼 논란에서 GS25와 스타벅스가 그러한 잡음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는 행위로 인해 “기업(나아가 사회)의 여성 지우기”에 기여한다는 문제의식이 소개되어 있었다. 기업들의 사과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과 성별의 양극화를 불러오는 일로, 이 사건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발전시켜 더욱 심도 있는 논의를 부탁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글을 마무리 중인 날짜는 2021년 9월 6일이다. 청탁일로부터 대략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안산 선수에 대한 사이버 불링 범죄와 해일 시위에 신남성연대가 조커 분장을 하고 오프라인 현장에 나타나 물총을 쏘면서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처음 청탁 받았던 주제에 대한 비판적 견해들이 많이 진전된 상황이다. 따라서 청탁서에 기재된 주제에 골몰한다면 단지 때 지난 이슈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페미니즘 이슈는 이처럼 매번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전되는 담론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건들의 연쇄’처럼 보이는 현상의 이면에는 가부장제와 이성애 규범 내에서 갖는 ‘남성기의 지나친 가치부여’라는 공통점이 도사리고 있다. 난 이 글을 청탁 받은 이후, 신남성연대 디스코드 방에 가입하여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일종의 ‘댓글 부대’ 정보를 빠르게 SNS에서 공유하고 이들이 하는 행동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메신저에서는 페미니즘적 시각이 전제된 기사들의 ‘좌표’를 공유하고 댓글란에 페미니즘에 대한 비난으로 도배하는 일을 조직적으로 수행하는 일 뿐 아니라 실시간 방송 주소가 공유되기도 했는데(현재 그 채널은 삭제조치 되었다), 그 방송에서 페미니즘이란 남혐 혹은 여성 우월론자를 뜻하는 것으로 완벽하게 합의되어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남성 혐오’란 무엇인가? 오히려 남성이라는 성별을 남성기의 크기로 평가하는 성기 중심주의야 말로 남성 혐오가 아닌가? 만일 이 손가락 표식에 상처 받는 남성이 있다면 묻고 싶다. 진정으로 당신이 ‘몇 센티미터’의 성기를 가졌는지가 당신의 본질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는가? 데이팅 어플을 이용하는 남성들의 자기소개에는 자신의 성기가 몇 센티인지 자랑스레 기입해놓은 프로필들이 허다하고, 모르는 여성을 대상으로 자신의 성기를 촬영해서 보내는 성희롱이 매일 같이 벌어진다. 이들은 어째서 자신들의 남성기 크기에 그토록 집착하는 것일까? 손가락 표식에 분노하는 남성들은 남성 혐오에 반대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한다.

   여성들을 가슴 크기나 몸무게를 기준으로 평가하여 낙인찍는 행위가 여성 차별적 행위인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들을 남성기의 크기로 평가하는 것 역시 성차별적 행위다. 그럼에도 어째서 페미니스트들이 ‘남성혐오’를 하는 집단이라고 주장하는 것일까? 웃지 못할 이 아이러니에 대해 나는 진정한 연민을 갖고 말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분노하는 한국남성들이여, 부디 자기혐오에서 벗어나기를. 당신의 성기 크기는 당신에 대한 어떤 평가의 기준도 되지 않는다고 분노하기를. 성차별주의에 반대하는 나는 이미 당신의 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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