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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갓성비’ 우주 여행은 과연 가능할까?
언론의 호들갑 속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콩코드의 교훈
[217호] 2021년 09월 13일 (월) 지웅배 천문학자/과학 저술가
   
△ 지난 2021년 7월 블루오리진은 CEO를 포함한 일반 승객 네 명을 태우고 성공적으로 지구 대기권 바깥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시험 비행을 선보였다. (사진출처 : 블루오리진)

   뉴욕의 한 사업가가 아침 일찍 일어나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목적지는 바로 대서양을 가로질러 가야하는 프랑스 파리. 하지만 놀랍게도 단 세 시간 만에 파리까지 질주한다. 점심 시간에 딱 맞춰 도착한 사업가는 에펠탑 근처 카페에서 미팅에 참석한다. 그리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돌아와서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한다. 음속보다 빠른 비행기를 타고 지구 전체가 하루 생활권에 들어오는 꿈만 같은 삶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이야기는 단순히 상상 속의 미래를 묘사한 것이 아니다. 무려 50여년 전 이미 인류가 경험했던 과거의 역사 이야기를 한 것이다. 바로 한때 인류의 미래가 될 줄 알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장에서 사라진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Concorde)의 이야기다.

   1950년대부터 영국과 프랑스는 함께 음속을 돌파하는 초음속 여객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76년 1월 드디어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가 세상에 모습을 들어냈다. 다른 뚱뚱한 여객기들과 달리 콩코드는 아주 뾰족하고 좁은 동체를 갖고 있었다. 강력한 제트 엔진과 공기 저항을 최소화한 디자인 덕분에 콩코드는 음속의 두 배를 뛰어넘는 마하 2 이상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녔다. 말 그대로 비행기 뒤에서 누군가 소리를 질러도 그 소리가 비행기를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사실상 비행기가 아니라 지구 대기권을 나는 우주선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이 괴물 여객기가 시장에 나오면서 당시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곧 돈이나 다름없는 바쁜 기업가들을 중심으로 그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은 그렇지 않았다. 일반적인 여객기에 비해서 콩코드 좌석은 15배나 더 비쌌다. 게다가 속도를 올리기 위해서 동체를 좁게 만드느라 좌석 폭도 그리 넓지 않았다. 한 줄에 좌석을 겨우 네 개만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태울 수 있는 승객 정원의 양도 일반적인 여객기에 비해서 경쟁력이 없었다.

   결국 손익 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승객들을 빈번하게 태우고 움직여야 했지만, 굳이 초음속 비행기를 탈 필요가 없는 일반 승객들은 터무니 없이 비싼 콩코드 좌석을 구하려 하지 않았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 정부는 2003년 가성비에서 밀린 콩코드 여객기의 운행 취소를 결정했다. 그렇게 한때 인류의 미래라 칭송받았던 콩코드는 짧은 데뷔 무대를 마치고 역사 속에서 잊혀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너무 일찍 찾아온 미래였다는 평가를 남기기도 한다.

   최근 언론에서 소개되고 있는 여러 민간 기업들의 우주 관광 시도에 관한 보도를 보면서 나는 콩코드의 슬픈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최근 블루 오리진과 버진 갤럭틱 두 회사의 CEO가 직접 자사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 대기권 너머까지 비행하고 귀환한 것을 보도하면서, 머지 않은 미래 우리 모두에게 우주 관광의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희망적인 호들갑을 떨곤 한다. 물론 이런 선구자들의 퍼포먼스는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우리는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선 여전히 스페이스X를 비롯한 여러 민간 기업에서 보여주고 있는 관광 상품은 지구 대기권 위로 잠깐 올라갔다가 1-2분 만에 바로 지상으로 돌아오는 정도의 상품에 머물러있다. 우리가 정말 SF 영화를 보면서 기대하는 것처럼, 일반인이 달이나 화성까지 방문하는 수준의 사업은 아직 시도조차 된 적 없다. 그리고 일부 전문가들은 충분히 훈련 받지 않은 일반인이 지구 궤도를 넘어서는 여행을 하는 것은 위험하고 현실성이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가장 큰 문제는 콩코드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너무나 비싼 좌석 가격이다. 현존하는 우주선은 기껏해야 한 번에 네 명에서 여섯 명 정도의 인원만 태울 수 있다. 더군다나 막대한 연료와 개발 비용이 들어가는 우주선인만큼, 한 번 비행하는데 한 사람의 승객이 부담해야하는 금액은 수십 억 원을 웃돈다. 우주 여행 티켓 가격이 계속 이 정도 수준에 머무른다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에게는 우주 관광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아주 돈이 많은 기업가나 헐리우드 스타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질 뿐, 우리들에게는 여전히 우주 여행은 그저 SF 속의 이야기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이러한 터무니 없는 가격을 저렴하게 내리고, 현실적인 가성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번에 수십, 수 백 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전혀 다른 방식의 우주선 개발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 번 비행할 때 마다 승객 한 명이 부담해야하는 금액의 수준도 훨씬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꺼번에 여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우주로 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하는 공학적인 난제가 많이 남아있다. 더군다나 달이나 화성까지 가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롤러코스터 한 바퀴 타는 시간보다 더 짧은 1-2분 정도 무중력 체험을 하고 돌아오는게 전부라면, 과연 그 1-2분을 위해서 수십 억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승객이 있을까? 나는 그렇게까지 심심한 사람은 거의 없을거라 확신한다.

   결국 재밌게도 우주 관광이 우리의 일상이 되기 위해서는 로켓 기술과 안전성 만큼, 경제성, 즉 가성비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우주까지 갈 수 있는 기술 자체는 이미 존재하고 충분히 가능하지만, 결국 돈이 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콩코드 여객기라는 선례를 통해 가장 중요한 건 단순히 “기술적인 가능 여부”가 아니라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

   과연 현존하는 우주 관광 상품들이 직면한 가성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가 마치 휴가 기간 해외 여행을 가기 위해서 여러 여행사들의 비행기 티켓 가격과 소요 시간 등을 따져보며 가성비를 비교하는 것처럼, 언젠가 우리도 달과 화성까지 날아가는 우주선 좌석 티켓을 구할 때 가성비를 논할 수 있는 미래가 오기를 바라본다. 

   자사의 우주선을 타고 잠시 우주를 경험한 뒤 흐뭇한 표정으로 내린 기업가들의 표정 속에는 사실 씁쓸한 웃음이 함께 녹아있다. 스스로도 아직은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스러운 수준의 콘텐츠로 채워진 우주 관광 상품, 말 그대로 “갓성비”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놓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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