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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새를 보는 여행, 지구를 만나는 여행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이병우 탐조여행가
   
△ 금강하구 도요새의 비행

  사람들은 오랫동안 하늘을 나는 새들을 동경해왔다. 과학 문명이 매우 발달한 현대에는 그들에 대한 호기심, 궁금증, 동경심은 이전보다 많이 누그러들었다고 해도 눈앞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들을 볼 때 우리는 매우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새들처럼 자유를 갖고 싶다라는 느낌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한 매력이 사람들을 새를 보는 세상으로 이끌고, 새를 찾아가게 되고 또 새를 따라가게 되는 이유가 된다. 새를 보는 활동을 한지 어언 20년 가까이 되고 있고, 새를 보는 여행을 업으로 한 지도 어느덧 강산이 한번 변해가고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아름다운 새들을 많이 만나보았을 뿐만 아니라 대자연을 경험하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 것도 탐조 여행이 준 또 하나의 크나큰 기쁨이다. 새를 보는 탐조라는 활동은 새와 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것을 직접 목격하고 체감할 수 있는 최고의 활동 중 하나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보통 처음에는 주변에 있는 새들을 먼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다. 서울에서 도시의 새들이 먼저 보인다. 서울에서도 꽤 많은 새들이 살고 있고 어느덧 이 도시에서 100종 이상의 새를 관찰한 것은 더 이상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새들을 보다 보니 그들의 매력에 점점 더 빠져들고 그래서 서울을 벗어나 그들을 찾아가는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전국에 유명한 철새도래지를 방문하여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압도적인 수의 새들을 직접 만나는 감동을 누릴 수 있다. 철원평야를 찾아오는 수천 마리의 두루미들, 천수만에 찾아오는 수만 마리의 기러기들, 금강하구를 찾아오는 수십만 마리의 가창오리들은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더 느낄 수 있는 멋진 장관들이다.

   
△ 천수만 기러기들의 비행

찾아오는 새들을 찾아가서 만나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면 그들은 사라진다. 새들은 우리나라 밖으로 먼 여행을 반드시 떠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을 따라가는 여행을 떠나볼 차례가 된다.
우리의 여름철새를 따라 남쪽 타이완, 겨울철새를 따라 몽골 초원까지. 같은 새들이지만 우리나라에 있을 때와는 매우 다른 색다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생명과 그들의 터전과 지구를 다 같이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다.

  겨울의 타이완은 우리나라의 여름철새들이 겨울을 나는 곳이다. 뜨거운 한국의 여름에 번식하는 모습만을 보다가 그들이 한가롭게 따뜻한 남쪽나라서 겨울을 나는 모습은 낯설면서 무척 반갑다. 특히 전 세계에 4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저어새는 우리나라에서 대부분 번식하고 타이완에서 대부분 월동하는데 그들의 평화롭고 따뜻한 겨울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매우 흐뭇하다. 우리나라에서 새끼들을 잘 키워서 타국으로 가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치 가족, 친척처럼 더욱 다정함을 느낀다.

   
△ 타이완에서 만난 습지의 저어새들

여름에 몽골 초원은 우리나라 겨울 철새들이 번식을 하는 곳이다. 혹독한 추위를 피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고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 그곳에서 새끼들을 멋지게 키워내는 새들의 모습은 대자연의 생명력을 직접 목격하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철원에서 수천만 마리가 모여 있던 재두루미들은 몽골 초원에서 가족별로 띄엄띄엄 떨어져서 지낸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1년에 한두 마리 나타날까 말까 하는 쇠재두루미는 그곳에서 아주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편이다. 새를 따라가는 여행을 하다 보면 뜻밖에 새로운 새들을 만나는 것도 새를 보는 여행의 즐거움이 된다.

  그렇게 전 세계 탐조인은 마치 철새처럼 새를 보는 여행을 떠난다. 우리나라에 새를 보는 탐조가 소개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은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주변에 새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느낄 만큼 많지는 않아도 꾸준히 탐조인이 늘어나는 것은 각박한 현대사회에 잊고 있던 자연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여행이 우리에게 어떤 크나큰 울림을 주는 것은 아닐까.

   
△ 강화도를 찾은 외국 탐조인들

새를 보는 여행을 가서 더 아름다운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것은 새를 보는 곳에서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어떤 이는 은퇴를 하고 노년의 삶을 자연과 함께 즐기기 위해서 새를 보는 여행을 다닌다. 어떤 젊은이는 자연에 대한 젊은 열정을 불태우고자 전 지구를 다니며 새를 본다. 새를 만나는 여행을 업으로 하면서 우리나라에 찾아온 수많은 외국인을 만났다. 그들은 정말로 남녀노소 구분 없이 새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새를 만나는 여행에서 우리는 새뿐만 아니라 새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지구의 새들을 더 많이 알게 되면서 궁극적으로는 지구를 다시 보게 된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서 지구를 더 사랑하게 된다.

   
△ 10년 전 김포평야의 쇠기러기들, 지금은 김포 한강 신도시가 되었다.

우리는 현재 엄청난 물질문명에서 살고 있다. 주변은 계속 개발되고 개발은 곧 지구 생명 터전의 파괴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 파괴의 현장은 나의 삶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그것을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도시를 떠나 자연 속에서 새들을 보고 그들이 처한 현실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그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이란 없는 것일까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저 생명들이 처한 상황은 언제든지 우리 인간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 창경궁에서 만난 원앙 한 쌍

결국 새를 보는 여행은 사람이 지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행성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새들이 없는 지구는, 자연이 없는 지구는 결국 인간도 없는 지구를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 지구를 생각해 보자. 날아가는 저 작은 생명을 통해 우리는 깨달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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