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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칼럼 - 고기 타는 냄새, 대학원생 속 타는 냄새
[139호] 2007년 03월 05일 (월) 황복수 국어국문학과 석사수료

교정을 거닐다 학부총학생회가 내건 플랜카드를 눈 여겨 보았다. “우리는 등록금만큼의 혜택을 받고 싶다”라는 문구다. 생각해 보건대, 등록금만큼의 혜택을 받지 않고 있다면, 받고 있는 혜택만큼의 등록금만을 내야 옳다. 매일같이 대학원 홈페이지에는 거창한 것도 아닌 건의들이 올라오고 있다.

 “난방이 제대로 안돼 추워요”, “소음이 심해요”, “컴퓨터가 부족해요” 같은 기본적인 요구사항들 뿐이다. 대학원 전공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한 한기에 350만원에서 500만원 사이의 등록금을 납부하고 있다. 과연 이 막대한 등록금은 원우들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채 어디에 쓰이는가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비싼 등록금의 액수를 짚고 넘어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다. 등록금이 얼마가 오르던지 학생들이 만족하고 인상분에 대하여 납득한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등록금은 학생 측과 학교 측 쌍방이 아닌 학교 측 일방의 의도로 조용히 인상되었다.

과연 올해의 인상분으로 어떠한 혜택을 준비하였는지 학교 측에 묻고 싶다. 혹시 장학금을 늘려 주실 요량이라면 그만두시라. 등록금 많이 걷어서 장학금 늘리는 것이 원숭이에게나 통하는 ‘조삼모사(朝三暮四)’와 무엇이 다른가? 아래는 본인이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치기어린 마음으로 써본 수필이다.

삼겹살은 하루 종일 흙먼지를 뒤집어 쓴 일꾼의 고기다. 뜨거운 불판위에서 얄팍하니 기름 빼는 모습이, 힘없는 그네들이 땀 흘리는 것 마냥 시늉하는 고기다. 살과 비계가 세 겹으로 붙은 모양이 아버지 이마주름을 닮은 고기다. 코끝 매운 세상사, 마늘의 쓰린 향이 배인 것이 어쩐지 가슴 속이 아리다. 아버지께서는 삼겹살 한 점, 소주 한 잔에 ‘캬-’하시며 가슴 속 시름을 털어내신다.

든든한 등심은 어머니를 닮은 고기다. 피 흘리며 뜨거운 불판위에 올라가 짜고 짠 굵은 소금 맛을 보는 모습이, 딱 우리의 어머니다. 젊은 날 발그레한 두 볼로 시집와 볼에 핏기 가시고 가슴에 검은 근심이 박힌다. 익으면 익을수록 뜨거운 육즙이 흐르고 당신은 딱딱하게 굳어만 간다. 한가운데 박힌 하얀 떡심이 어머니의 그 질긴 인생을 많이 닮아있는 고기다.

갈비는 오랜 벗과 같은 고기다. 갈비한줄 중 정작 나오는 뼈는 단 한 개 이듯 진정한 친구의 희소성을 몸소 보여주는 고기다. 손으로 양념을 묻혀가며, 입으로 갈비를 뜯어가며 나와 갈비사이 체면치레가 필요 없는 솔직한 고기다. 불판위로 뿜어 나오는 연기가 온 몸을 휘감아 연기와 육체가 하나 될 때 모난 마음 누그러지게 해주는 고기다. 작은 마음, 어디다 속 풀이 하지 못하고 뼈다귀 뜯으며 연기와 함께 풀풀 풀어버리는 고기다. 먹고 남은 뼈다귀는 냄새 맡고 킁킁거리는 누렁이 차지다. 누렁이도에게도 달콤한 희망하나 남겨주는 정겨운 고기다.

여러 가지 양념이 몸에 배인 불고기는 이제 막 인생의 맛을 본 청년의 고기다. 인생이 불고기의 단맛처럼 호락호락하지도 않거니와 그렇다고 짠맛처럼 너무 매몰차지도 않고, 청주처럼 어지럽기도 하면서 가끔은 마늘처럼 매운맛이 인생이라 말해주는 고기다. 야들야들한 청춘으로 불판위에 올라가 육수까지 쭉 빼서 밥알이랑 한바탕 씨름을 벌일 때, 그제야 세상의 참맛을 알아가는 고기다.

이 세상에는 피 흘리며 살아 숨 쉬는 고기들이 너무도 많다. 신선하지 못하다고 몇 년째 불판위에 오르지 못하고 싸늘한 냉동고에 갇혀 사시는 아버지, 가족을 위해 불판 위든 숯 위든 가리지 않고 이리저리 뒤집혀가며 기름 빼시는 어머니, 이제 막 냉장고에서 조금 더 값어치 있는 고기가 되기 위해 숙성되어지기를 기다리는 대학신입 여동생, 그런 가족을 바라보는 나는 불판위에 올려 지기 위해 뾰족한 젓가락에 매달린 아슬아슬한 고기 한 점인가 보다. 불판은 너무 뜨겁고 나에겐 아직 양념이 제대로 배어들지 않았다. -졸작 「부위론(部位論)」 전문

「부위론」은 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쓴 수필로 등록금을 겨냥하고 쓴 수필은 아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이 될 심정으로 쓴 수필이다. 형편없는 습작품이지만 수필 속 화자의 마음은 2년 전 마음이나 지금의 마음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학원생이라는 위치는 매우 불안하기만하다. 학생이면서 철저히 학생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공부를 해야 하나 아니면 일을 해야 하나, 일과 공부를 동시에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으로만 학교를 다녀도 그다지 눈치가 덜 보이던 학부 때와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저마다의 부위는 달라도 몸을 불사르며 쾌쾌한 연기를 내며 살아가는 인생사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학교 측은 등록금이라는 불판을 너무 뜨겁게 달구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라. 고기타는 냄새, 대학원생들 속 타는 냄새가 나지 않는가? 대학원생들도 숨 좀 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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