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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를 말하다]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김도현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활동가
   
△ 사진출처 : Pixabay

인식 개선 말고 인식 전환

  장애학(disability studies)은 한국 사회에서 아직까지 다소 낯선 학문이다. 2019년 말 출간된『장애학의 도전』(오월의봄)은 1부에서 장애학의 기본적인 내용들을 풀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 핵심은 ‘손상은 손상일 뿐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손상은 장애가 된다’는 명제로 요약될 수 있다.
장애란 무언가 ‘할 수 없음’(disability)의 상태를 의미한다. 다리에 손상이 있어 휠체어를 이용하는 사람은 ‘버스를 탈수 없음’이라는 장애를 경험하고, 청각에 손상이 있는 농인은 ‘의사소통할 수 없음’이라는 장애를 경험한다. 또한 인지적 손상이 있다고 간주되는 많은 발달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음’이라는 장애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몸에 있는 손상 때문에 그들이 무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른 조건과 환경에서라면, 예컨대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로 만들어지고, 필요한 경우라면 언제든 수어통역이 제공되며, 발달장애인에게 맞춰진 주거 및 사회 서비스를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곳에서라면 어떨까? 그들은 버스를 탈 수 있고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자립할 수 있다. 그들의 몸에 손상이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겠지만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는 장애인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장애인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손상이 장애가 되는 특정한 관계란 바로 ‘차별적인 관계’다. 그리고 장애인은 손상을 지닌 무능력한 사람이어서 차별받는 것이 아니라, 차별받기 때문에 무언가를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인식과 관점은 사실 그리 새로운 것도 아니다. “흑인은 흑인일 뿐이다.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흑인은 노예가 된다”는 역사유물론의 통찰, 그리고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페미니즘의 고전적 명제와 같은 맥락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장애를 ‘불운’이 아닌 ‘불평등’의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만들며, 장애문제의 사회적 해결을 가능하게 해준다. 우리에게 장애에 대한 인식 개선이 아닌, 인식 전환이 필요한 이유다.

장애문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관계의 문제

  그리고 이 같은 인식의 전환 속에서 우리는 비장애인들이 장애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근거도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동안 많이 이야기되어 왔던 근거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일 듯하다. 첫째,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설치 같은 사례를 얘기하며,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은 단지 장애인만을 위한 게 아니라 노약자·임산부·어린이 등 사회 구성원 전체를 위한 일이라는 것. 둘째, 장애인 열 명 중 아홉 명은 후천적 장애인이기에, 비장애인도 언제든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즉 우리 모두가 일종의 ‘예비 장애인’이라는 것.

  이는 분명 맞는 말이지만 아마도 근본적인 지점은 아닐 것이다. 사실 이런 논리로 우리 모두가 장애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 여성이 될 가능성이 없는 남성은 여성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고, 동성애자가 될 가능성이 없는 이성애자는 퀴어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흑인이 될 가능성이 없는 백인 역시 인종문제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장애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해야 하는 이유, 혹은 장애문제가 우리의 문제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여성문제가 여성 일방의 문제가 아니라, ‘가부장주의’를 매개로 한 여성-남성 간 관계의 문제인 것처럼, 장애문제는 ‘비장애중심주의’(ableism)를 매개로 한 장애인-비장애인 간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남성이 여성문제의 한 일방이며 따라서 남성이 바뀌어야만 여성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비장애인 역시 장애문제의 한 일방이며 비장애인과 비장애인 중심 사회가 바뀌어야 장애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장애문제는 언제나 우리 모두의 문제로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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