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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무혐의 서울대학교 대학원생, 정학 취소 소송에서 패소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이지현 편집위원

  성폭행 혐의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학교의 징계 처분까지 취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형사소송과 민사소송의 증명책임 정도가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는 A씨가 서울대학교(이하 서울대)를 상대로 낸 정학 처분 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4월 5일 밝혔다.

  서울대 대학원생인 A씨는 2018년 6월 술에 취한 후배 B씨를 모텔로 데려가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사건으로부터 약 일주일 뒤 B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해 A씨가 키스를 하고 몸을 만졌다”는 신고를 경찰과 서울대 인권센터에 접수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검찰은 CCTV 영상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 객관적인 증거 자료로 볼 때 B씨가 당시 심신 상실 또는 항거 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며 A씨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반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심의위원회를 개최한 뒤 A씨의 행위가 인권센터 규정의 성희롱 내지 성폭행에 해당한다고 판단, A씨에 대해 정학 12개월에 처할 것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총장으로부터 징계권을 위임받은 사범대학교 학장은 다음 해인 2019년 3월, A씨에게 정학 9개월 징계를 내렸다.
A씨는 “B씨의 암묵적 동의하에 신체 접촉을 했을 뿐, 의사에 반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징계 사유가 없다”며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서울대는 재심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에 반발한 A씨는 부당하다며 서울대를 상대로 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B씨의 묵시적인 동의하에 신체 접촉 행위를 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징계 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징계 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한 정학 처분은 하자가 있고, 검찰 또한 A씨에게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A씨에 대한 서울대 측의 정학 처분이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피해자가 매우 취해 있었고, 설령 자의에 의해 모텔에 갔다고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추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사 기관에서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는 이유만을 들어 행위자의 진술만을 믿은 채 상대방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어 “민사책임과 형사책임은 지도 이념과 증명 책임, 증명의 정도 등에서 서로 다른 원리가 적용된다”며 “서울대 측이 내린 처분은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징계로서 절차적 하자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A씨는 적어도 B씨의 동의 없이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음이 인정되므로 징계 사유가 존재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또한 이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심은 A씨가 피해자를 데리고 모텔에 가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해 있었다는 점과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A씨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비록 A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의 동의 없이 성적 자율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했음은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민사 소송이나 행정 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며 “A씨의 행위가 서울대 인권센터 규정에 정해진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A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덧붙여 “유사 성행위 정도, 징계 절차에 관한 A씨의 태도 및 B씨의 피해 정도 등 사건 발생 이후의 정황, 유사 사례에 대한 타 대학의 징계 수준, 대학 신입생 환영회 등 술자리에서 다수 발생하는 성희롱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사회적으로 커지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유기 정학 9개월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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