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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편함] 해청 빌라 - 바로미터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변혜지 시인

어쩐지 빨갛고 아득하더라니.

미나의 울음소리 때문이었다. 문고리를 돌리면서 둥근 것을 손에 쥐는 감촉에 대해
생각하느라 잠시 잊었지만. 집이 아니면 화장실에 갈 수 없다던 여자애가 종례 시간에 결국 주저앉을 때
그때도 나는 미나를 생각했는데.

둘둘 말린 이불 속에서 미나가 울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며 망가져 버리는 풍선처럼,
저러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다.

신발을 벗는 것도 잊고 나는 미나를 달래야겠다. 서두르는데, 서두르다가, 너무 서두른 나머지
서두르는 것에 실패한 채로

방문 너머에서 경쾌한 음악이 흐르고 있다. 새로 산 게임 속에서, 그는 음식을 먹으면 키가 자라고
누구도 대적할 수 없도록 힘이 세진다. 이 모든 것을 소리가 알려 주었다.

경쾌한 음악 속에서 울음이 박자를 갖고 있다.

같은 반 애들의 웅성거림이 일정한 리듬을 지닐 때, 손에 쥘 수 없는 뜨거움에 대해
미나에 대해 생각하려고 애를 썼는데.

걔는 누군가를 구하려고 강해진 거야.
마침내 방문을 열고 내가 소리를 지를 때

이불 속에서 내가 주인공인
단 하나의 노래가 들려왔는데

내가 주인공인 세계에는 아무도 살지 않아서
얼마나 나쁜지 알 수 없었다.

 

<시인 소개>
202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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