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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 에세이] 특별하지 않은 것을 기록하는 특별함
[215호] 2021년 03월 22일 (월) 김태훈 사진가

  사진은 잊기 쉬운 것을 기록하여 기억하게 해주는 매체이다. 그것이 사진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며 고유한 특성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진의 기록성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요즘 사진은 너무나 많은 것을 기록해 오히려 잊혀간다. 온라인 SNS 속 수많은 피드는 의미 없는 ‘좋아요’와 함께 스크롤 되고,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간다. 이런 빠른 이미지 소비의 시대 속에서 나는 이런 흐름과는 반대로 일상적인 곳에 있어 잊히기 쉬운 것들을 계속 바라보고 기록하려 한다.

   
  △ 방화동 어느 길가의 풀들  

  방화동(傍花洞). 이름에 꽃이 들어간 곳에 살아서일까. 언젠가부터 나는 풀과 꽃을 좋아했다. 특히 길가에 피고 지는 식물들을 보고 있으면 누구도 신경 써 주지 않는데, 어느새 아름다운 선으로 자라나는 모습이 화려하진 않아도 눈길이 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나에겐 하나의 눈요기로 지나지 않는 것이지만 저 풀들은 저렇게 자라기 위해, 저렇게 꽃피우기 위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리고 자랐을 것이다.


  몇 년 전, 그동안 서울의 마지막 논밭이라 불리던 마곡이 개발되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울 식물원이 생기면서 나는 이제 길가의 우연히 핀 ‘이름 없는’ 들꽃뿐만 아니라 거대한 온실 속 ‘이름 있는’ 식물들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새롭게 생기를 얻기 시작하는 마곡과는 달리 내가 살고 있는 방화동은 점차 생기를 잃어갔다. 이곳에 있던 은행이나 학교 같은 시설들은 하나같이 이곳을 떠나 마곡으로 이주했다. 이런 방화동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방화동 끝자락에 있는 ‘공항시장’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공항 근처 제법 활발한 시장이 있을 법하지만, 이곳은 이미 생기를 잃은 지 오래된 시장이다. 종종 공항시장 근처에 있는 9호선 ‘공항시장역’ 때문에 이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시장의 모습을 생각했다가 아무것도 없는 모습에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 공항시장역은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9호선 중 실질적으로 가장 이용객이 적은 지하철역이다. 그만큼 상권이 없고 사람이 없는 곳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이 공항시장이 처음부터 활기가 없진 않았다. 몇 년 전 우연히 공항시장의 예전 기록을 볼 기회가 있었다. 그 기록에 따르면 이 공항시장은 6·25 이후 실향민들이 모여 자리를 잡았고 이후 58년 개항한 김포공항, 그리고 근처에 공군 관사가 있어 비교적 사람들의 왕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해도 활기가 있던 공항시장은 서서히 근처 다른 시장이나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이곳의 맥도 점차 끊어졌다.

   
  △ 공항시장의 주변  

  어찌 됐든 나는 이런 공항시장의 모습에서, 아니 내가 사는 곳의 모습에서 식물의 모습과 공통점을 느꼈다. 마치 식물이 싹을 틔우고 줄기를 뻗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사람들의 삶이 모인 공간은 그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사람들이 계속 모일수록 도시는 더 큰 생명력을 얻어 가고 반대로 사람들이 떠난 곳은 점차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나는 이미 한 번의 순환을 거쳐 땅속으로 돌아간 식물처럼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공항시장과 그 주변 모습을 기록함으로써 확장하고 커지고, 다시 파괴되고 또다시 뿌리를 뻗어가는 우리들의 삶을 기록하려 했다.

 
  사진은 일상의 공간, 평범한 장소에서 들리는 이야기와 시간의 흐름을 보여줄 때 더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쩌면 이 말은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지금은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렇기 때문에 누구도 쉽게 사진가가 될 수 없는 시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화려하고 ‘있어 보이는 것’만 찍어 빠르게 ‘좋아요’를 받는 사진들은 그만큼 빠르게 수많은 피드에 눌려 잊혀간다. 어쩌면 내가 깔끔하고 세련된 것들보다 평범하고 어지러운 것들에 눈이 가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풀어보는 이미지는 빠르게 소화하기 힘드니까. 하지만 사진은 보는 것, 보는 행위에서 시작한다. 특별하고 예쁘고 유명한 것이 아닌, 누구나 보편적으로 보는 곳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것만큼 재밌는 게 또 있을까?

   
  △ 도시의 구석, 잠시 시선이 닿은 곳  

  식물의 모습과 사라져가는 시장의 모습을 통해 나는 도시와 인간 군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도 이미지를 눈에 보이는 순간 순식간에 스크롤 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진을 통해 한걸음 떨어져 일상을 보고 환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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