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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공매도를 위한 변명
[215호] 2021년 03월 22일 (월) 이효정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 사진출처 : Pixabay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여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진 후 해당 주식을 사서 상환하는 거래로, 시장에 물량부담을 주어 주가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되었다. 공매도가 주로 외국계 대형 헤지펀드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되었고, 공매도 세력은 약한 개미투자자를 괴롭히는 나쁜 금융 세력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매도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의 빌헬름 황제(Kaiser Wilhelm II)가 증시폭락을 위한 전략을 꾸미고 있다는 공포에 근거해 공매도를 규제(1917. 11)했고, 1929년 대폭락, 2001년 9·11테러 시에도 공매도가 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었으며,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시에는 시장안정 대책의 일환으로 공매도가 금지되었다. 특히 지난 1월 발생한 ‘게임스톱’ 사태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이 ‘Hold the line(대열을 지켜라!)’을 외치며 숏스퀴즈(short-squeeze)를 유도해 대규모 공매포지션을 보유한 헤지펀드를 굴복시켰으며, 이 와중에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가 법적 근거 없이 개인투자자의 매수를 제한하자,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되었던 월가에 대한 분노가 되살아나는 징후가 나타나기도 하였다.


  상당히 정치적으로까지 비춰지는 공매 거래를 둘러싼 논란에 앞서 공매도가 왜 도입되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시장참가자가 취할 수 있는 거래에는 매수와 매도가 있고, 이 둘 간의 균형이 유지될 때 자산의 시장가격은 적정가격을 찾게 된다. 그런데 매수거래는 그 자산의 보유자와 미보유자가 모두 할 수 있지만, 매도거래는 오로지 현재 자산을 보유한 사람만이 할 수 있다. 따라서 별다른 조치 없이 시장을 내버려 두면 매수수요가 매도공급보다 많아져 자산가격이 고평가된다. 이 같은 불균형을 해소하여 시장가격이 균형을 찾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공매도이다. 즉, 자산 미보유자도 주식을 빌려 매도할 수 있게 함으로써 매수와 매도의 균형을 찾아 시장을 안정시키고 적정가격을 찾게 하자는 취지에서 공매도가 허용되었다.


  실제로 많은 연구에 의하면, 공매도는 반박할 수 없는 순기능을 갖고 있다. 첫 번째가 가격발견기능이다. 공매도에는 업틱룰(uptick-rule), 차입증권에 대한 담보, 주식대여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매도에 비해 거래비용이 크다. 이 비용을 부담하고도 거래를 하려는 공매거래자들은 미래 주가에 대한 정보를 보유한 거래자(informed-trader)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들의 공매 거래는 부정적인 정보가 가격에 신속하게 반영되게 하여 버블을 예방하는 데 기여한다. 추격매수로 인한 ‘주식 초보’들의 잠재적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다음으로 공매도는 주식시장의 유동성(liquidity)과 질(quality)을 개선하는 역할을 한다. 거래가 부진한 중소형주의 경우 인위적인 시장 조성 행위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공매도를 금지하면 시장조성자가 필요한 매도물량을 조달할 수 없어, 유동성이 증발하고 변동성이 커지게 된다. 실제로 재무학자들이 각국에서 단행된 공매도 금지의 영향을 분석한 결과, 공매도 규제시 가격충격과 주가 변동성이 증가했고, 매수-매도 주문 간의 비대칭성이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공매도는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운용하거나, 복잡한 투자전략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헤지 수단으로써 증시의 효율화와 고도화에 기여한다. IMF가 공매도 금지 장기화가 한국경제에 ‘큰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며, 공매도 재개를 권고한 것이나,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기준으로 삼는 MSCI지수가 장기간 공매도 금지를 한 국가의 지수편입비중을 낮추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반감은 여전히 크고, 공매도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이 공매도를 불신하는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은 공매도를 자유롭게 하는데 개인은 사실상 하지 못한다는 점,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에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공매도 거래 중 99% 이상이 외국인과 기관에 의해 이루어졌고,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공매도 거래 비중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증권의 ‘차입’에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한국예탁결제원 대차시스템을 이용해 낮은 수수료로 사실상 종목이나 수량에 제한 없이 주식을 대여하는 데 반해, 개인투자자는 개별증권사를 통해 한정된 종목과 수량을, 높은 수수료를 내고 대여한다. 대여 기간도 기관과 외국인은 통상 6개월~1년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최장 60일로 정해져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최대손실이 -100%로 제한되는 매수포지션과 달리, 공매포지션의 경우, (이론적으로 주가가 무한대까지 올라갈 수 있어) 최대손실의 한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신용도가 낮은 투자자에 대해 깐깐한 차입조건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공매도를 불신하는 또 다른 이유는 공매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에 있다. 2018년 삼성증권과 골드만삭스증권의 유령주 공매도 사건, 2016년 한미약품의 공매도 사건 등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공매도, 현행법으로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공매도를 이용한 시세조종 등이 종종 발생해 투자자의 공분을 샀다. 자본력과 정보력으로 무장한 기관과 외국인이 불공정한 방식으로 공매도 물량을 쏟아내 개인투자자는 주가 하락에 따른 피해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가 오는 5월 3일 ‘코스피200’, ‘코스닥150’ 지수 종목의 공매도를 재개하되, 불법 공매도 처벌강화,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확대 등을 통해 공매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향후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먼저, 개별종목별로 공매 거래 양태, 공매도의 주가 영향력 및 순기능·역기능, 파생상품시장과의 연계거래 필요성 등을 분석해 공매 허용 종목 확대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처럼 가격발견기능과 유동성이 떨어지는 중소형주를 공매도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개인투자자의 공매도가 일반화된 일본 사례를 참고해 개인투자자의 대주 물량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동시에, 이들이 공매도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자 교육 및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시장조성자 제도 남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시장조성 한도 축소, 업틱룰 전면 적용, 거래세 부과 등과 같은 대책이 시장조성제도 자체를 위축 시켜 또 다른 부작용을 갖고 올 수 있지 않은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예리한 도구’로 불공정 불법 공매도를 정확히 포착하고, 일벌백계하는 방식의 규제가 시장 효율성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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