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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감독과 관객 사이, 영화를 해석한다는 것
김보라 감독의 특강을 듣고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정태현 편집위원
   
  △ 사진출처 : Pixabay  

   영화가 주는 여운을 좋아한다. 마음을 움직인 것이 무엇인지 시간을 두고 골똘히 생각하곤 한다. 캐릭터의 행동을 분석하고, 기억 속에 맺힌 장면을 복기하고, 영화가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를 되새기다 어느 순간 감독을 상상한다. 매혹당한 감각의 실타래를 풀기 위한 나만의 과정이다. 스크린이라는 창을 매개로 그 바깥에 존재하는 창작자를 조심스레 헤아려본다.

   <벌새>를 연출한 김보라 감독의 특강을 들었다. 그는 <벌새>를 만들며 겪은 체험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 전반에 대해 들려줬다. 영화텍스트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하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가 들려준 영화 바깥의 이야기는 <벌새>를 한층 더 풍부히 바라보게 했다. 그 체험을 들으며 <벌새>가 남긴 흔적들을 다시금 음미했다. 스크린 바깥의 이야기와 영화의 내적 작용이 어우러지는 시간이었다.

   특강을 듣고 기억에 남은 메시지가 있다. 수용자의 반응을 매 순간 생각하라는 김보라 감독의 말이다. 그는 <벌새>의 룩북과 시나리오를 차례로 보여줬다. 캐릭터, 영화의 컨셉, 촬영 구도 등 언어만으로 표현하기 힘든 내용이 룩북에 이미지로 나열돼 이해하기 수월했다. 또한 시나리오는 간단하지만 효과적인 형식으로 구성돼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했다. 그는 독자가 어느 곳을 바라보더라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벌새>에도 이러한 세심한 노력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다양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자신의 이야기 같다며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를 예민하게 살피고 의식한다는 점에서 감독과 관객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리고 이 관계는 상대적이다. 수용자의 역할이 강조되면 될수록 창작자의 역할은 축소된다. 관객의 다양한 해석이 새로운 미적 가치를 창조하기도 하지만, 감독이 관객을 과잉 의식할 경우 자율성이 훼손될 수도 있다. 이처럼 감독과 관객 간의 긴장관계는 영화를 작품 자체로만 해석하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 바깥에 위치하는 감독과 관객 사이의 간극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수용자의 반응은 창작자에게 예측불가능한 지점이다. 창작자는 예측되지 않는 수용자의 해석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고정되지 않고 변화 가능한 양태로 새롭게 마주한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은 완성된 순간까지 여전히 여백을 포함한 미완의 상태이며, 그 틈은 수용자에 의해 다채롭게 채워진다. 즉 감독과 관객 간의 상호작용은 작품 너머의 사유를 자극한다. 이는 예술의 가치를 고양하는 동시에 예술에 대한 범위를 성찰하는 유의미한 작업이다.

   특강을 들으며 <벌새>라는 개별 작품에 대한 감상은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연결됐다. 감독과 관객 그리고 그 둘을 매개하는 영화를 사유하며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봤다. 이전까지는 오독의 가능성 때문에 영화를 해석하는 일이 막막하고 힘에 부쳤다. 그러나 이제 하나의 해석이 작품을 새로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한 뒤 그 과정 속의 필연적인 엇갈림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지금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영화를 예술로 만드는 것이 적확한 해석에 있다기보다 해석의 미끄러짐 속에 존재할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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