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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쓸모 있는 허영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익명 대학원생

   이해타산적이라고 말해도 별수 없지만, 나는 무언가를 시작할 때 그것의 쓸모에 대해 생각한다. 대학원을 준비하면서 가장 화두가 되었던 것은 ‘배움의 쓸모’이다. 물어오는 사람들과 대화가 몇 차례 오갔을까, 배움은 물질적, 실리적인 쓸모가 없는 것으로 판가름 난다. 지적 유희 혹은 값비싼 취미로 바꿔 불리기도 하는 쓸모없는 배움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부모님을 설득하기란 퍽 난감한 일이었다. 배움에 대한 내 감상은 너무나 허황돼 부끄럽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이후 나는 자신을 적당히 포장할 수 있는 문장을 골라 “바보가 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게 입학한 대학원에서 오롯이 내 몫으로 주어진 지식을 흡수하기란 쉽지 않았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묻고 따져야 하는 성격을 탓해보기도 하고, 배움의 쓸모를 운운하며 나의 무지를 합리화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는 변덕스러운 사람이 되어있었다. 하루는 열정 잃은 학생처럼 타인의 지식에 맹목적으로 기댔다가, 다른 하루는 내 의견에 스스로 딴죽을 걸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올해 9월, 연극 <마우스피스>를 관람했다. 이후 나는 사람들이 말하는 메타 연극에 대한 극찬을 기계처럼 받아 적어 공유하고 작품 보기를 권했다. 한동안 메타 연극에 빠져 관련 서적과 논문을 찾아 읽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메타 연극을 좋아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문제는 메타 연극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 발생했다. 번지르르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매우 장황한 글은 내가 보기에도 별로였다. 그래도 괜찮다며 거짓말하는 나와 속아주는 독자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다시 말해 존재하지만 비어있는 글이었다.

   소위 말하는 지적 허영이 글에 가득 차 있었다. 결국 메타 연극이라는 예술을 누리는 자신에 취해 겉핥은 지식으로 진정성을 내보이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이다. 당연하게도 해당 글은 휴지통에 버려졌고, 관련 자료들은 책장의 가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바보가 되기 싫다는 것이 어려움을 좋아한다는 말은 단연코 아니다. 그러나 우습게도 나는 배우기 위해 점점 어려운 것들만 찾았다. 그럴수록 사람들의 말마따나 대학원 생활이 지적 유희로 끝나지는 않을까, 졸업 후에는 배움의 태도를 잃진 않을까 염려스러워졌다. 2년이라는 정해진 시간과 방대한 학습 양이 항상 나를 갈급하게 만들었다. 결핍이 곧 과잉을 낳은 셈이다.

   이러한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지적 허영을 버릴 수 없다. 정확히는 ‘그것을 완전히 버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내게 지적 허영은 죽을 때까지 따라붙는 것이다. 지적 허영은 무언가를 배우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겉보기에 그럴싸한 작품을 좇는다. 그러나 쉽게 탐미했던 것만큼 성급함과 부족함을 쉽게 인정하고, 다시 배우는 일에 겁먹지 않는다. 아차, 싶은 순간을 모른 척하지 않고 드러내 보인다. 어떤 허영으로 돌아갈 것인지, 내 배움의 쓸모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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