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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정과 관행에 의심을 품으라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대학원 신문사

   고려대 일부 교수가 법인 카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논란이다. 13명의 교수가 서양음식점으로 위장한 유흥업소에서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인당 1~86차례에 걸쳐 총 6,693만 원 가량을 썼다. 이 유흥업소는 심지어 여성 종업원이 접대를 하는 소위 ‘룸살롱’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이들의 행태는 대학이 지성과 교양의 최첨단에 위치한 곳이 맞는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교내 연구비 등이 포함된 법인 카드는 교내 기금뿐 아니라 결국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일까? 혹은 감각적 쾌락 앞에서 자신들의 생태계에 대한 반성이 무뎌졌는가?

   이들에게 고스란히 적용 가능한 ‘고전의 한 구절’이 있다. ‘너는 언제나 네 의지의 준칙이 보편적 입법의 원리로 타당하도록 행위하라.’ 이는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이 제시하는 정언 명령 중 하나이다. 정언 명령이란 어떠한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메타적 도덕 법칙’이다.

   이 구절을 간단히 해석하자면, ‘네 주관적 행위의 규칙이 객관적 행위의 규칙으로 타당하게끔 행동하라’ 정도가 되겠다. 정언 명령은 ‘인간은 어떻게 행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칸트의 대답이기도 하다. 이는 고등학교 윤리 교과서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낯익은 구절이다. 낯익은 구절이라는 것은 칸트의 정언 명령이 ‘교양’의 영역이라는 뜻이다. 교양이란 인간이 살아가면서 마땅히 고민하고 성찰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의지의 준칙’을 무너뜨리는 강한 힘을 가졌다. 무엇보다도 노력 없이 생긴 ‘공돈’은 소비에 대한 안일한 태도를 낳기 쉽다. 고려대 일부 교수에게 법인 카드란 ‘공돈’에 가까웠을지 모른다. 내 호주머니에서 빠져나가는 돈이 아니기에 절실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서 발견되는 것이 반성의 부재이다. ‘내 돈’과 ‘남의 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 자체의 정체성이 있다.

   ‘이 돈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가?’라고 묻는 행위가 곧 돈의 정체성을 묻는 행위이다. 이 물음을 통해 우리는 돈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객관적 행위의 규칙’을 따져볼 수 있다. 이 과정을 통해 ‘이 돈은 어디에서 왔으니, 어디에 쓸 수 있고 어디에 쓸 수 없다’라는 답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 사회의 ‘부정한 돈’은 규칙을 가로지르며 쾌락의 도구가 된다. 부정이 관행이 되고, 이를 눈감아주는 자들이 분명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관행에 젖은 자에게는 물음이 없다. ‘부정’이 ‘관행’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기에 의심할 필요를 못 찾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에 대한 대처 또한 ‘도의적 책임’, ‘보직 사퇴’, ‘자숙의 시간’과 같은 관행의 언어를 어렵지 않게 빌려 올 것이다. 이 재빠르고 간편한 관행 속에서 진정 자신을 반성하고 의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자신의 부정이 ‘운 나쁘게 걸린 것’이 아닌, 부끄럽고 잘못된 행위라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그들 스스로가 부끄러운 자임을 거듭 묻고 되새겨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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