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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in동악] 남북일 냉전 구조와 재일조선인의 문화적 월경
2020년도 하반기 박사학위논문 리뷰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 사진출처 : Pixabay  

   일본은 패전 이후 제국적 기억을 망각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단일 민족·언어 사회로의 급격한 이행을 추구했다. 전후 일본에 있던 재일조선인은 이민족 집단으로 분리됐다. 활동하고 있던 재일조선인 작가들은 모국어가 아닌 일본어로 창작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동시에 조선어로 글을 쓰는 작가들이 존재했다. 일본어로 쓰는 작가들 또한 자신의 집필 언어에 대한 당위성을 해명했다. 그들은 일본의 국가적 경계 안에서 경계 바깥의 ‘조국’에 대한 글을 썼다.

   조은애의 논문 「남북일 냉전 구조와 재일조선인의 문화적 월경 - 자기민족지적 글쓰기의 계보」는 전후의 ‘재일’이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문학적 글쓰기를 이어간 문학가들을 추적하며 글쓰기의 과정과 결과에 나타나는 지리적·사상적 이동, 변화를 ‘문화적 월경’이라는 개념을 통해 서술해 나간다. 연구의 지향점은 재일조선인 작가들의 ‘문화적 월경’의 실천 양식이었던 자기민족지적 글쓰기와 ‘재일’이라는 유동적이고 복합적인 조건 속에서 냉전 한반도와 일본 관계를 사유하고자 한 글쓰기의 정치적 상상력을 탐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반도에서의 냉전은 소련과 미국의 동서 대립뿐만 아니라 중심-주변, 패권국-종속국, 강대국-약소국이라는 근대 비대칭적 세계질서에 의해 파생된 탈식민 문제가 결합된 복잡한 문제였다. 전후 부흥 일본에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은 과거형으로 존재하는 ‘조선’이라는 영토와 민족적 정체성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분단된 ‘조국’의 한쪽을 선택하기를 강요받았다. 그들이 분단된 한반도와 일본이라는 냉전적 분할선을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는지 질문하기 위해 조선어와 일본어 사이에서 공명하던 재일조선인의 글쓰기를 살핀다. 이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국가 없는 상태임(stateless state)임에도 불구하고 국가 권력의 통제하에 놓여”있는 상황 속에서 부여받는 해방이 아니라 스스로 명명하는 진정한 해방을 위해 노력했던 재일조선인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유를 설명하고, ‘해방’과 ‘억압’을 동시에 의미했던 ‘민족어의 해방’이라는 상황에 놓인 재일조선인들의 글쓰기에 대해 설명하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본론은 재일조선인의 문화적 월경을 구성하는 언어적 조건과 서사적 문법을 살피는 1부와 자기민족지적 글쓰기의 생산과 문화적 월경이 남북일 냉정 구조 속에서 만들어 내는 ‘재일’의 위상학에 대해 고찰하는 2부로 나눠서 구성된다. 1부를 살펴보면 재일조선인 글쓰기의 이언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하며 탈식민적 수사의 아이러니부터 사상적 획일화를 강요받는 상황까지 ‘조국’에 대한 상상과 귀속감의 표명에 언어 문제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핀다. 이어서 재일조선인 글쓰기에서 ‘재일’과 ‘조국’을 매개하는 서사적 문법에 대해 김달수와 이은직의 글을 통해 설명한다.

   2부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 장에서 1959년 시작된 재일조선인들의 북한 ‘귀국’ 운동 속에서 ‘해방’ 직후의 ‘불가능한 귀환’을 상징했던 ‘우키시마마루 사건’을 호출하는 방식에 대해 검토한다. 다음 장에서는 재일조선인 문학이 ‘분단 조국’으로 번역·출판됐던 맥락을 다루고, 마지막 장에서 재일조선인의 문화적 월경과 데당트 국면을 연관 지어 분석한다.

   저자는 결론에서 재일조선인의 언어·지리·사상적 이동과 접촉을 문화적 월경의 과정으로 파악하고, ‘해방’ 이후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서 단일하지 않은 ‘재일’의 경계들이 구성되는 장면들을 계보학적으로 재구성해 ‘남북일 냉전 구조’라는 복합적인 관계 질서 속에 얽혀 있는 존재들의 위상을 그려보고자 하는 시도였음을 밝힌다. 이어 자신의 논문이 1세대, 남성 지식인 작가들에 치중해 있음을 지적하며 특정 지적 공동체의 위상학으로 축소된 한계를 지적하며 논문을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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