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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노동
박정훈,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빨간소금, 2020.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YES24  

   코로나 정국이 계속되는 중이다. 많은 전문가가 말하는 대로, 인류는 코로나 이전 시대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불황을 타지 않는 불패(不敗)의 업종으로 여겨졌던 항공과 여행업계가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밤도깨비 여행’ 같은 일탈은 어쩌면 2010년대를 기억하는 이들의 추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한국사회 한 축을 든든히 떠받치던 자영업계 종사자들의 한숨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생각하면 마음 한 켠이 무겁다. 당분간 해외유학 또한 어려워질 거라 한다. 인류는 코로나 정국을 극복해내긴 할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남긴 상흔과 그것으로 인해 재편된 일상을 없던 일로 할 순 없을 터이다.

   누군가의 위기는 다른 누군가에겐 기회라고 했던가.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업종들이 코로나로 초토화되는 동안, 비대면·IT 관련 업종은 성장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넷플릭스는 <기생충>으로 절정을 찍은 이후, 속절없이 무너진 한국영화산업 지분 상당수를 흡수했다. 쿠팡·마켓컬리 혹은 배달의 민족 같은 비대면 택배·배달 산업은 전례 없는 성장 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현재 택배나 ‘배민 라이더’ 같은 배달업종은 현재 육체노동의 대명사가 된듯하다. 물의를 일으켜 퇴출된 어떤 남자 연예인들이 택배나 배달에 종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올 정도니까. 실제로 거리를 걷다보면 택배나 배달플랫폼 마크를 단 각종 배달노동자들이 부쩍 늘었다는 걸 모르기 어렵다.

   박정훈의 『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는 시의적절한 책이다. 현역 배달노동자이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피상적으로 이해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노동의 변화양상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우리는 제프 베조스나 리처드 헤이스팅스 같은 이들의 자산증식 ‘신화’나 앨런 머스크나 마크 주커버그가 제시하는 ‘비전’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관한 정보를 접하는 게 대부분이다. 이와 반대로, 박정훈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적응해야 하는 최전선의 ‘노동자’로서 한국형 플랫폼 노동의 양태를 구체적으로 전한다.

   박정훈의 ‘경험’에 의하면, 플랫폼에 잠식된 배달업계 노동자 현황은 ‘정보의 절대적인 비대칭 상황에 내맡겨진 유사-자영업자 상태’라고 요약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은 개별 노동자들에게 자신들이 필요한 만큼만 정보를 조절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훈육’한다. 노동자들은 뚫어지게 스마트폰 스크린을 쳐다보며 개별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에 하루종일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내게 된다.

   이는 플랫폼이 ‘강제’한 게 아니다. 플랫폼은 수십수백만의 정보제공자들의 데이터가 쌓여 마련된 정보의 힘으로 업계를 ‘장악’한다. 배달 노동자들은 플랫폼이 제공한 각종 프로모션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사업자의 위치에 놓인다. 그렇게 배달 노동자는 업무 중에 발생하는 온갖 리스크와 각종 산재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떠안아 왔다. ‘라이더유니온’과 여러 노동자의 노력으로 상황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배달 노동자들이 처한 이러한 상황은 산업사회 노동자들이 겪어온 구조적 압력의 지리한 반복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산업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서 노동자들은 여전히 자본축적을 위한 ‘인력’이라는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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