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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위선적 평등 위에 경계선 긋기
<경계선>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김태환 편집장
   
  △ <경계선> 포스터 (사진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경계선>은 도전적인 영화다. 이 영화는 타자 재현의 불가능성이라는 윤리에 도전한다. <경계선>은 ‘보여줘서는 안 된다’ 혹은 ‘보여줄 수 없다’는 이미지 재현의 윤리를 보란 듯이 들이받는다.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은 오늘날 쉽사리 입에 담을 수 없고, 허락되지도 않는 ‘추(醜)한 얼굴’이다.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 그리고 그와 주요하게 관계하는 보레는 인간이 아닌 ‘트롤’이라는 종족으로 묘사된다. 그들은 ‘보통의 인간’과 다르다. 트롤은 거친 피부와 모발, 두툼한 눈과 코, 그리고 후각으로 인간의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들의 외모와 능력은 인간의 접근을 꺼리게 한다.

   티나와 보레는 <경계선>의 이질적인 소수자-타자이다. 이러한 미지의 타자에 대한 ‘추’라는 명명은 얼마나 위험하고 오만한가? 그래서 오늘날 ‘지적인 영화’들은 이 이미지들을 피해가거나 애써 보여주지 않는다. 타자-소수자에 대한 ‘대상화’, ‘전시’를 경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습적 지각으로 이름 붙여진 ‘추’에 직면할 때, 우리는 이를 편견 없이 긍정할 수 있을까? 또한 추의 이미지를 외화면으로 내보내기만 한다면, 자신의 관습적 지각을 전복할 계기를 얻을 수 있을까?

   
  △ <경계선> 스틸 (사진출처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이러한 물음에 답하듯, <경계선>의 긴밀한 클로즈업 쇼트들은 트롤의 얼굴을 정면에서 받아낸다. 트롤은 쇼트를 주도한다. 그리고 ‘보통의 인간’은 그 프레임에서 밀려난다. 우리는 티나와 보레의 얼굴, 그리고 인간과는 다른 방식의 생식 반응과 섹스를 클로즈업 쇼트에서 직면한다. 이것은 타자-소수자에 대한 은유로 작동한다. 여기서 여러 물음이 솟구친다.

   그렇다면 <경계선>은 타자를 상상적으로 전시하는 영화이지 않은가? 타자의 형상을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가? 이에 블랑쇼처럼 ‘침묵’으로 말해야 한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보여주지 않음’을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행위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자에 대한 ‘함구’, 즉 타자 이미지의 소멸을 향해간다.

   이와 달리 <경계선>은 소멸하는 타자의 이미지들을 복구한다. 이 과정에서 타자를 ‘추한 얼굴’로 치환하는 폭력적인 시선들, ‘타자’와 ‘보통의 인간’ 간의 경계선들이 드러난다. ‘보통의 인간’이란 허구적인 언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허구는 허구로 남지 않고, 세계를 지배하는 관습이 된다. 이에 <경계선>은 ‘너와 나의 경계는 허구일 뿐이야’라는 지적인 해피엔딩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 ‘너와 나의 경계는 분명히 존재한다’라는 차가운 시선에 힘을 싣는다. 집 안에서는 티나를 옥죄던 프레임이, 숲에서는 해방된다. 숲의 롱 쇼트에서 티나와 보레는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그들에게는 문명이 타자이다.

   인간들의 혐오가 두려워 곤충을 먹이로 삼는 것을 꺼리던 ‘티나’는 트롤 아이의 입에 곤충을 넣어준다. 그 덕에 아이는 울음을 그친다. 이러한 엔딩쇼트는 티나가 ‘인간 속의 트롤’로 살아가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투영한다. 이제 그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도 트롤로서의 욕망을 외면하지 않는다. 나와 타자의 경계선, 그리고 서로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여야 할 삶의 방식들. 모든 것이 동등하고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위선적 평화 앞에 <경계선>은 선명한 경계선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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