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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 코로나로 인간의 활동이 줄어들면 생태계가 회복될까?
코로나와 생태계의 문제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안재하 생명다양성재단 연구원
   
  △ 사진출처 : Pixabay  

   2020년 4월 지구의 날, 생명다양성재단 페이스북에 올라간 콘텐츠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생태계에 좋다? 안타깝게도 장기적으로 안 좋다!’였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도시가 일시적으로 텅 비자 원숭이, 퓨마,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이 길거리에 출현하고, 각종 공장 가동이 멈추자 하늘이 맑아졌다는 뉴스가 나올 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생태계에 장기적으로 안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코로나 사태가 일어나면서 더 이상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학생 파업, 멸종저항 운동 등 세계적으로 관심 받던 시민운동은 코로나 이후 주목 받지 못한다. 2. 경제 위기가 일어난 이후 필수적으로 따르는 반응은 항상 같다. ‘복구에 모든 것을 집중한다.’ 소비를 촉진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제 복구에 있어 사회적 책임, 친환경적 선택, 환경과 불평등 등은 고려되지 않는다. 3. 환경 운동가와 과학자가 말할 입지가 줄어든다. 경제 회복이 우선시되는 정치적 상황에서 경제보다 환경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은 그 어느 때보다 후순위이다.

   약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이 평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 생태계가 사회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다는 것만이 코로나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세계적인 주요 뉴스 중 하나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대규모 산불로 아마존의 열대우림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해는 어떨까? 올해 7월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일어난 산불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5% 늘어났고, 9월엔 34%나 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며 산림을 감시하는 공공기관의 활동이 허술해지자 그 틈을 타 불법 벌목과 방화, 보호구역 침입이 기승을 부리게 된 것이다. 이는 아마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캄보디아에서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구역이며 여러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마지막 서식지인 께오 세이마 야생보호구역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보고됐다. 2020년 상반기 동안 코로나로 인해 국제 NGO들의 감시가 없어지자 숲 파괴 속도가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생태계를 인간의 착취로부터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무방비 상태가 되는 것은 야생동물도 마찬가지다. 서식지 파괴는 물론이고 밀렵꾼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생명다양성재단에서 지원하는 인도네시아 자바긴팔원숭이 연구팀은 올해 초부터 코로나로 인해 숲 출입이 금지되었고, 한국인 연구자들은 모두 귀국해야 했다. 자바긴팔원숭이의 멸종위기 주요 원인은 애완동물을 위한 밀렵인데, 매일 감시하고 숲에서 일어난 일을 신고 받는 영장류 연구팀이 사라지면 불법 벌목과 밀렵꾼이 언제든 활동을 펼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연구팀이 있는 마을만이 인근 마을 중 밀렵이 없는 마을이었다. 연구를 주도할 한국인 연구자가 돌아가지 못하는 한, 긴팔원숭이들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한편 밍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희생된 대표적 동물이다. 올해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의 밍크 털 농장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한 동물인 밍크가 감염되자 사람에게 옮길 가능성이 있다며 모두 살처분했는데, 그 수가 백만 마리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 전염병학자 마리아 밴커코브가 동물에서 사람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다시 옮길 가능성은 아주 제한적이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다행히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자이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밀렵당한 포유류로 알려진 천산갑의 비늘은 이제 중국의 약재 목록에서 빠졌다. 이로써 밀렵이 감소 추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개체 밀렵 중단 뿐만 아니라 서식지 보전까지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인간의 활동 변화는 생태계 파괴의 가속화를 멈추지 못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더 가속화시키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도 쓰레기를 양산하는 방법으로 코로나에 임시 대응만 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의 2020년 2분기 매출은 창립 이래 최고를 기록했고, 한국에서도 배달 음식을 비롯해 온라인 쇼핑양이 급증했다. 이어 환경부는 2020년 상반기 저감 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지난해에 비해 16%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연간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 톤에 달하며 수많은 해양동물이 이로 인해 폐사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침해해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뉴스는 나올지언정 이들의 서식지를 보전하거나 인간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노력은 언급되지 않는다.

   온전하게 기능하는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기후변화 및 자연 재난에 대한 가장 좋은 방어책이라는 점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인수공통 전염병 역시 생물다양성이 높은 곳에서는 병원균 확산이 느리고 인간에게 다다를 확률이 낮다는 ‘숙주 희석 효과’로서 현재 논쟁의 도마에 올라있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다면 지금처럼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방식의 팜유나 육류를 소비하고, 밀거래를 통해 유입된 야생동물 전시를 관람하고, 쓰레기를 마구 배출하는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일 것이다. 더 이상 산다는 것은 자연을 과소비하며 사는 것일 수 없다. 경제 회복만이 아닌 자연의 생산성을 회복시키는 방향의 삶만이 지속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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