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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연구자 자격증 발급법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처음 대학원신문을 시작하던 때처럼 신문사 사무실에 앉아 마지막 마감을 준비한다. 이곳에서 여섯 번의 신문 원고, 일곱 편의 소논문, 몇 편의 시를 썼다. 이번 학기가 끝날 때 제출해야 할 소설과 또 다른 소논문도 여기서 쓰여질 것이다. 수료와 동시에 졸업하겠다는 목표는 원대한 꿈이 됐다. 닿았다 지나는 가을이 떠나면 긴 겨울이 올테고, 그러면 나는 수료생이 된다.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석사 과정 동안 부족한 배움을 채우고, 보다 지적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읽고 다시 읽어야 겨우 가늠이 되는 이론서들을 잔뜩 모았고, 수업에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매번 좌절했다. 겁도 없이 쓰던 말들을 의심하게 되면서 점점 과묵해지고, 쓰는 일이 두려워졌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매일 분주했는데 한 주와 한 달, 학기를 돌아보면 뭉쳐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열심히 살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과연 최선이었나 돌아보면 갸웃하게 된다.

   수업 시간에 자격증이라는 단어를 종종 들었다. 시나 소설, 비평을 통해 등단하는 일 혹은 석사, 박사 논문을 쓰는 일은 자격증을 발급받는 일이라고, 누군가는 자격증을 활용하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 결과물을 도출해내고 인정받는 일은 창작 혹은 연구를 하기 위한 시작점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석사 논문을 준비하며 또 수습생으로서 창작을 하며 ‘자격’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지난 네 학기를 생각해보면 읽고 쓰는 일에 몰두하는 시절이기보다는 어찌하면 쓰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지에 골몰했던 본말전도된 시간이었음을 아프게 되짚는다. 텍스트를 어떻게 해야 더욱 잘 읽어낼 수 있는지, 학계의 논의들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됐고, 흘러가고 있는지 살피기보다는 생활을 위해 시간을 내어주며 지금을 메꿔나가기 바빴다. 연구나 창작의 과정은 한달음에 결과로 도달할 수 없다. 지난하고 엄격한 시간이 쌓여야 한다. 나에게 이런 시간이 부족했다는 생각에 선택한 석사 과정이었으나 같은 실수를 다시 반복했다. 나는 예비 연구자로서 자격이 없다.

   자격 없음에도 주변 사람들이 계속 손길을 내밀어줬다. 몸이 아파 한 계절을 통째로 누워 보낼 때는 문득 생각났다며 연락해주는 친구가 있었고, 진로 걱정과 부족한 실력에 다음 학기를 갈등할 때면 여려 방편으로 지지해주는 교수님들이 있었다.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할 때면 어디선가 원고를 청탁해줬다. 그러면 잠시 유용한 존재라고 생각 할 수 있었다. 길고 짧은 고민 속에서 도움받으며 읽고 쓰는 일을 평생 하고 싶다는 오랜 소망을 다잡을 수 있었다.

   실수와 반성으로 점철되는 석사 과정이었지만, 다시 용기를 내어 자격을 얻고자 한다. 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 하지만, 자격을 증명하는 과정은 결국 자신에게 달려있다. 내가 오래 질문하고 싶은 주제를 좁혀나가고, 읽어야지 마음만 먹었던 책들을 펼치고, 무지함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기 위해 발언해야 한다. 자격증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계산하는 날들이 아니라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십 대를 시작하며 한동안 중력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고, 시간은 아주 많았다. 뜨거나 가라앉지 않고, 나름대로 성실히 매일을 채워나갔다. 덕분에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비슷한 상황에 놓였다. 중력을 조금 잃은 석사 수료생이지만, 연구와 창작을 하겠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생활에 치여 튕겨 나가지 않고 무사 귀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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