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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대학원신문의 정체성, 그리고 고민
[214호] 2020년 11월 09일 (월) 김태환 편집장

   대학원신문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년여 간의 편집장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되새기는 물음이다. 이를 묻지 않으면 대학원신문은 유사한 것들의 반복에 불과하게 된다. 그렇다면 나는 이 물음을 끝없이 상기해왔는가? 부끄럽다.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수없는 핑계들이 떠오르지만, 1988년 민주화의 결실 속에 창간된 대학원신문의 시간을 곱씹다 보면 고개를 떨어뜨리게 된다. 그래서 대학원신문의 정체성을, 떠나는 지금 애써 다시 묻는다.

   대학원신문은 많은 것들과 비판적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대학본부와 교수, 학생회 심지어 대학원생들과도 비판적 거리를 둬야 한다. 어느 한 편과 친밀해질 때, 대학원신문은 그만의 목소리를 잃고 성급해진다. 누구에게나 차가운 언어로 냉소를 띨 준비를 해야 한다. 왜 분노가 아니라 냉소일까? 한 학기에 겨우 2회 발행되는 신문이기 때문이다. 간헐적 발행주기 때문에 대학원신문은 시의성을 좇기 쉽지 않다. 가령, 어떤 사건에 대해 광분하는 기사를 냈는데, 이미 그 사건에 대한 대학사회의 온기가 사라져 있다. 우스꽝스러운 광분만 남은 것이다.

   여기서 다시 ‘비판적 거리두기’를 복기하자. 대학원신문은 이 사회의 현안들과도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 그러나 현안들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사회나 대학원의 문제들을 어떻게 오래도록 곱씹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즉 오래 읽힐 수 있는 글을 쓰고, 청탁해야 한다. 이 방법을 통해 대학원신문은 현안들과 직면해야 한다. 이 과정에 있어서 ‘신문으로서의 객관성’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어차피 신문은 세계를 향한 하나의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언제나 주관적인 포착에서 출발한다. 주관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관의 객관성은 둥근 사각형처럼 형용모순이다. 그러나 삶과 세계는 둥근 사각형이 맞다. 하나의 개념이나 관점으로 설명될 수 없는 것들, 모순투성이로 이뤄진 곳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이다. 신문은 그 세계를 언어로 담으며 동시에 세계의 부분이 된다. 이 언어들은 대학원사회와 어울리는 깊이를 지녀야만 한다. 나아가 이들이 세계와 연결되고, 접속되고, 충돌하고, 대립하는 풍경이 포착돼야 한다. 이번 호 진태원 선생의 글, 지난 호 박찬국 선생의 ‘코로나 이후의 인간학’, 212호 김은희 선생의 ‘n번방 이후의 성윤리’ 등 대학원신문의 많은 글이 이러한 태도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이 글들은 현안을 차갑고 깊이 있게 다루며,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새롭게 읽어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위 필자들의 역량은 편집장이나 편집위원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정도의 것이다. 그러나 ‘대학원신문’이라는 그릇은 다르다. 그들의 엑기스를 기꺼이 담아낸다. 국내 유수의 학자, 작가들이 변변찮은 고료에도 청탁에 응해주는 것은 대학원신문이기 때문일 것이다. 긴 역사뿐만 아니라, 국내에 몇 남지 않은 대학원신문에 대한 그들의 기대와 응원이 원고에 함께 녹아있다.

   그래서 대학원신문을 책임지는 이들은 끝없이 공부해야 한다. 공부는 끝이 없다. 알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배우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 배울수록 광활해지는 무지의 허허벌판에 깃대를 세우고 있는 수많은 선구자를 발견하고 좇아가며, 비판해야 한다. 이것이 공부를 위한 공부이다. 이러한 토대가 대학원신문의 역량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찰나의 뉴스와 사건·사고의 보도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기 위한 상상력의 씨앗들이 대학원신문에 있어야 한다.

   이번 겨울의 끝에 신문사 사무실의 내 짐들은 모두 빠져나갈 것이다. 그러나 몇 가지를 두고 간다. 신문의 정체성에 대한 ‘무거운 물음’과 이를 제대로 행하지 못한 ‘부끄러움 몇 잎’을 말이다. 이는 그간 함께 했던 신문사에 대한 미련이고 아쉬움이며, 내 사랑의 흔적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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