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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파수
[213호] 2020년 09월 21일 (월) 최지인 시인
   
  △ 사진출처 : Pixabay  

무슨 얘길 했더라 우리
하려던 게 뭐였지?

세상이 우릴 집어삼키더라도 아마

네가 슬퍼할 때
그것에 공감하고 싶었지만
부족한 거 같아 나는

크리스마스이브였고 좋은 사람이 되려 할수록 안 좋은 사람이 되었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이
감당할 수 있는 일보다 많아서
모두
우스꽝스럽고

*

청년이고 중소기업에 다니고
일 년 소득이 기준치보다 낮고 이자는
꼬박꼬박 낼 수 있다 증명하기 위해
연차 휴가 두 번 내고 서너 번
점심 거르고 은행에 갔었다

돌려받을 보증금, 사회생활 시작하고 모은 돈 얼마, 아버지에게 빌린 오백만 원, 어머님께서 마이너스 통장에서 꺼내준 이백사십만 원 등으로 1994년 완공한 아파트 전세 잔금을 치렀다

*

거리를 뒤덮었던 눈이
모두 녹았다
눈부신 아스팔트 도로

원래 있었으나
사라진
영혼 같은 것, 혼령 같은 것

사람들은 내가
인생을 던져버렸다고 오해했다
이룰 게 없는 나이였는데

첫 번째 삶이 망하는 건
흔한 일이고
두 번째 삶은 다를 거라는 징조다

*

네가 있을 것이다 내가 있을 것이다 문 열면
잘못과 자꾸 짓궂은 농담이었다고 하는

 

 

<시인 소개>

2013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제10회 조영관 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시집 『나는 벽에 붙어 잤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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