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0.9.20 일 11:13
인기검색어 : 등록금 반환, 코로나19, 조교 문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문화 > 문화산책
     
[문화산책]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공존하기
[213호] 2020년 09월 21일 (월) 김태환 편집장
   
  △ '신기숲' 내부(사진 : 김태환 편집장)  

   인적이 드물고 오래된 숲이 있다. 이곳에는 나무와 풀이 잔뜩 우거져있고, 문득 사찰의 종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그 옆에 오래된 폐건물이 있다. 숲의 세월만큼이나 오래된 건물인 것 같다. 과거 어떤 정치인이 이와 유사한 자연 일대를 보며 던진 말을 풍문으로 들은 적이 있다. “아직 개발이 덜 됐구나!” 그는 세월이 만든 자연의 형상을 ‘미개’ 혹은 ‘야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수많은 동식물이 나름의 관계망을 통해 만들어낸 그 자리에, 그는 ‘문명’을 건설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다시 그 숲으로 돌아 가보자. 나는 올 8월 중순 이 숲을 방문했었다. 이곳은 부산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섬인 ‘영도’에 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공간적 발원지인 남포동에서 가까운 영도는 바다 위 대교를 통해 도시와 연결돼있으면서도 한 편으로 고립된 흥미로운 곳이다. 이 섬에는 바다와 산이 공존한다. 바다에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널려있고, ‘봉래산’이 솟아있어서 그 바다를 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볼 수도 있다.

   이러한 풍광에 직면하는 일이 숭고하다 느끼는 것은 무척 오래된 일이다. 서울 도심 빼곡한 빌딩들은 새까만 가름막과 같다. 여기서 시야의 해방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나아가 시야의 해방은 잔뜩 쌓인 감정의 노폐물을 일순간에 뚫어버리는데 일조한다는 것을 우리는 많이들 망각한다. 세계가 이렇게 만들어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네모반듯한 건물들,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문, 경제적 성장의 욕망으로 우뚝 솟은 거대한 빌딩. 이 단조로운 패턴은 모두 효율과 질서라는 문명의 부산물들을 통해 생산된 것이다.

   영도의 ‘신기숲’이라는 카페는 이러한 패턴을 일정 부분 포기함으로써 흥미를 준다. 서두에 언급한 오래된 숲 옆의 폐건물이 바로 ‘신기숲’이라는 공간이다. 이제는 관광지로도, 부산 현지인들에게도 워낙 유명해진 카페이기에 늘 봐왔던 동시대적 공간의 복제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나는 이 공간에 들어서자마자 흥미로운 구석을 마주한다. 숲의 나무가 카페를 침범하는 광경이다. 건물에 작은 구멍이 뚫려있고, 그곳으로 나뭇가지가 뻗어 들어온다. 그 옆에도, 맞은편에도 나무가 들어와 있다.

   소박한 시도이지만, 신기숲은 자신의 이름처럼 숲의 일원이길 자청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우뚝 솟기 위해 나무와 풀들을 베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은 것이다. 이 카페는 우거진 숲을 ‘개발이 덜 된 곳’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친구 삼는다. 물론 이 또한 철저히 인간적인 관점에서의 조형적 행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적인 관점을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러한 부분에서 숲을 숲 자체로 내버려 두는 일은 적어도 인간이 자연을 가해하지 않는 소중한 실험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야만의 모든 것을 삼켜나가며 ‘돈’과 ‘문명’으로 치환할 무서운 능력이 있다. 이런 곳에서 문명과 야만의 이원론적 대립을 실천적으로 해체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알아야 하지 않을까? 저마다의 소신으로 이뤄진 작은 실험과 실천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말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이경식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경식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