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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넘치는 참고문헌 속에서
[213호] 2020년 09월 21일 (월) 권오헌 동국대 사회학과 강사

   박사과정일 때, 우연히 1970년대 석사학위 논문을 몇 편 본 적이 있었다. 왜 그런 ‘옛날’ 논문을 보게 되었고 그 논문들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물론 잊어버렸지만, 그때 받은 인상은 의외로 지금도 남아 있다. 물론 여러 인상과 느낌이 들었는데, 무엇보다도 참고문헌의 간소한 양이 여태 지워지지 않고 가장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는 “이건 뭐지! 겨우 이 정도?”하는 느낌마저 들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너무 쉽사리 판단하고 우쭐해 한 듯하지만!

   어쨌든, 그러한 반응은 당시나 지금의 학위논문을 살펴보면 쉽사리 이해 가능하다. 70년대에 비한다면 논문 한 편에 참고하는(혹은 해야 하는) 자료가 실로 ‘방대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누구나 짐작하고 있듯 세계화와 정보화의 덕분이다. 이제 원하기만 하면 몇 시간 안에 해외연구 성과를 내 책상에 그냥 앉아서 긁어모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해외는 둘째 치고 국내성과도 발로 뛰어 간신히 그것도 극히 일부만 구할 수 있었던 70년대 상황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70년대 대학원생들이 본다면, 지금은 자료의 천국이자 아이디어의 유토피아로 보일법하다.

   필자가 석사과정 중이었던 2000년대 초반에 인터넷으로 국내 학술지는 물론 해외 학술자료까지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그 이전부터 그랬을 수도 있고. 어쨌든 1990년대 중반부터는 인구에 회자된 말은 예컨대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해외 유명대학 도서관 자료를 검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식이었다. 물론, 말 그대로 되었다. 이젠 대학마다 홈페이지에 키워드를 입력하면 소장자료는 물론 국내외 학술논문도 자동 검색되는 도서관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다양한 기관들이 소장자료를 전산화하여 제공하고 있고,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서도 학술 동향도 쉽사리 파악할 수 있다. 이러니, 결국 학위논문의 참고문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과거에 비한다면 가히 폭발적으로 말이다. 자료 없어서 그리고 선행연구가 없어서 논문 쓸 수 없다는 목소리는 점차 예외적인 경우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자료의 폭발적 증가는 막상 논문 작성자에겐 양날의 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연구를 위한 자료 찾기와 수집이 놀라울 정도로 쉽고 편리해져서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자료를 원하는 만큼 획득할 수 있게 되었고, 그런 만큼 시간을 절감하여 논문작성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는 필연적으로 참고해야 할 자료의 양 자체를 증가시켰고, 또한 실제로 사용될 자료보다 더 많은 자료를 탐색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자료가 너무 많으면 급기야 자료 더미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꼴이 날 수도 있다. 거기다 이 자료 저 자료 뒤지는데 재미를 붙이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어이없는 상황도 쉽게 발생한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자료의 종류도 많아졌다. 학문분과마다 과거보다 다양한 주제와 소재, 그리고 새로운 방법론들이 속속 도입되면서 여기에 비례해서 다양한 자료가 새롭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저것 따지면 자료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번거로운 작업 과정을 거쳐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자료의 축복도 저주도 이 시대의 주어진 조건이다. 따지고 보면, 꼭 필요한 자료를 골라내는 것도 연구자의 능력이고 무수한 자료를 가져다 구슬 엮듯 논문을 만드는 것도 연구자의 몫이다. 이런 능력은 지식을 쌓듯이 학습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며, 딱히 교수나 선배가 가르쳐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오로지 연구자 스스로가 직접 부딪쳐서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고 체화해야 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능력은 학과를 떠나 학위과정생이라면 과정 중에 반드시 성취해야 할 덕목이다. 즉 대학원에서 들어왔다면 이미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일단 부딪쳐 자신만의 방법을 획득해가야 한다. 그러나 겁먹지는 말자. 자료에 빠져 거기서 헤매는 것도 하다 보면 재미가 쏠쏠하고 또 그러다 보면 나름 길이 보이기도 하니까. 물론, 그 방랑길에서 원래의 문제의식과 주제를 분실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정신줄은 단단히 붙잡고 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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