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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보다 넓은 지평의 근대성 탐구를 위한 한 방편
Amdrew Philps & J.C. Sharman, Outsourcing Empire: How Company-States Made the Modern World, Oxfordshir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020.
[213호] 2020년 09월 21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Amazon  

   현대인들은 근대 세계체제 유산의 상속자들이다. 인권, 국적, 소유권 등 우리의 천부적인 ‘권리’는 초월적으로 주어진 게 아니다. 우리에 앞서 근대성에 당면했던 선조들의 저항과 협상의 역사적 유산이다. 이 일련의 유산들은 근대적 가치를 재생산하는 일련의 기관들에 의해 보증된다. 그중 국가(state)와 기업(company)은 근대 이래 인류세의 최정점에서 인간적 삶의 가치를 구획하는 가장 강력한 기관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앤드류 필립스와 제이씨 샤먼 공저의 『외부위탁의 제국주의』는 기업정부(company-state) 모델의 역사에 주목한다. 기업정부는 16세기 유럽 해양강국들의 대(對)아시아 해양무역 시스템을 관장하기 위한 기관이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가 주도했던 아시아 해양무역은 인도의 각종 향신료, 중국의 도자기와 비단 등의 고급물품 교역을 독점함으로써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유럽과 인도양 사이를 가로막은 아프리카 대륙을 종주하는 위험요소를 감수해야 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사업이기도 했다. 무역업자들은 사업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방편으로써 상품교역권과 항해에 대한 독점적인 권리를 본국으로부터 보장받았다. 자신에게 할당된 해당 지역에 대한 배타적인 교역권을 바탕으로, 그들은 동남아와 인도 일대에 기업정부라는 독특한 기관을 설립했다. 그중에서 인도네시아 지역에 설립된 기업정부인 동인도회사는 제국주의 식민지 근대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초기기관의 모델로 평가된다.

   아시아를 상대로 한 해양무역에서 기원하는 근세 기업정부 모델은 19세기 초 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의 여파로 잠시 몰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럽 열강들이 제국주의-근대국가체제로 금세 일신하게 되면서 서인도제도와 아프리카 수탈기구로 재번성한다. 레오폴드 2세의 악명높은 수탈로 유명한 콩고 자유국과 서인도회사가 대표적이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근세 기업정부의 역사적 의의는 식민지 근대와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맥락을 단순히 새로운 각도로 확인하는 대상이라는 데 있지 않다. 여기에 그쳤다면 이 책은 필립 J. 스턴의 관련 선행연구(The Company-State: Corporate Sovereignty and the Early Modern Foundations of the British Empire in India, Oxford University Press, 2011)의 확장판 정도에 그쳤을 터이다. 저자들이 기업정부에 주목하는 이유는 특유의 국가-기업 결탁 모델에서, 공(public)과 사(private)의 구분으로 준별 되는 근대(성)과 현대인 탄생의 역사적 모델을 비판적으로 조망할 단초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버마스는 부르주아 계급의 공/사의 구분에서부터 근대성과 현대인의 기원을 발견했다. 그러나 공과 사의 명확한 구분이 이루어졌던 시대가 있었는지 혹은 그것이 진정 근대와 전근대를 구분하는 조건일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현대인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국가와 기업은 일견 별개의 기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은 언제나 긴밀하게 결탁하여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편의대로 재편해왔다. 비열강 지역의 근대성에서 이러한 경향은 특히 두드러진다. 기업정부의 역사에 착목하는 이 책의 문제의식을 마주한 독자들은 전형적인 근대성-세계사 서술에 대한 유의미한 회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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