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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표현의 자유’만을 말하기 전에
웹툰 <복학왕>과 <헬퍼 2>가 낳은 논란
[213호] 2020년 09월 21일 (월) 성상민 문화평론가
   
  △ 사진출처 : Pexels  

   지난 8월과 9월, 두 달 연속으로 네이버 웹툰이 화제가 되었다. 좋은 의미로 주목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재되는 두 편의 웹툰이 연이어 여성 혐오적인 표현을 내비쳤다는 점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논란이 된 작품은 2014년부터 연재 중인 기안84 작가의 만화 <복학왕>이다. 지난 8월에 게재된 ‘광어인간’ 에피소드가 문제를 낳았다. 이전부터도 여성 캐릭터의 표현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작품의 여주인공에 대하여 ‘실력도 없으면서 정규직이 되기 위해 각종 애교에 급기야는 상사에게 성적으로 구애한다’는 이야기를 표현하면서 결국 뇌관이 폭발했다.

   아직 <복학왕>이 낳은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9월부터는 같은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삭 작가의 <헬퍼 2 : 킬베로스>(이하 <헬퍼 2>)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해당 작품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연재된 1부의 절제된 액션과 달리 2부는 나쁜 인간들의 악행을 보여준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의 선정적인 장면을 삽입하는 것이 서서히 논란이 일고 있었다. 결국 <복학왕>의 논란이 터진 지 한 달도 안 되어 <헬퍼 2>의 독자들이 스스로 해당 작품이 지닌 여성 혐오적 표현을 지적하며 스스로 공론화하는 사태가 터지게 되었다. ‘청소년 이용 불가’를 내걸고 성인 인증까지 필수적으로 받으며 청소년 독자의 유입을 제한해도, 이 작품을 꾸준히 봐오던 성인 독자들까지 더 이상 이를 참을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서 네이버 웹툰은 무척이나 소극적으로 입장을 내놓고 있다. <복학왕>과 <헬퍼 2>에 대한 논란 모두 네이버 웹툰은 문제에 대해서 입장을 작가에게 전달하고는 있으나, 이를 수정하는 것은 ‘검열’처럼 느껴질 여지가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반복한다. 오히려 만화가 원수연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만화가 단체 ‘웹툰협회’는 <복학왕>에 대한 비판을 곧바로 1990년대까지 횡횡하던 검열로 규정하며, 작품에 대한 논쟁을 곧바로 모두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로 연결 지으려 한다.

   그러나 이렇게 쉽게 ‘검열’을 운운하는 주장이야말로 웹툰을 놓고 전개되는 젠더 감수성에 대한 논쟁을 더욱 납작하게 만드는 것일 뿐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복학왕>과 <헬퍼 2>를 비롯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행’에 의존하거나, 이전까지 통용되던 ‘장르적 관습’(genre convention)을 기초로 한 작품들은 의도에 상관없이 여성을 상대화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주체적 위치에 서는 주인공은 남성이며, 향유자의 감정을 자극하는 수동적 행위자는 여성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창작물과 사회가 상호적으로 조응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존재임을 생각하면, 사회 전반의 낮은 젠더 감수성이 창작물에 반영되고 다시 창작물이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하지만 20세기 중엽부터 서서히 형성된 사회적 소수의 문제와 인권 의식에 대한 고민은 ‘당연하게’ 여기던 것을 고민하고 깊이 있게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왜 당연하게 여성은 심각한 범죄의 피해자로만 묘사되거나, 도구적이거나 기능적인 존재로만 묘사되어야만 하는가? 2016년 이후 한국에서 다시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는 한동안 제거되었던 이 질문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리고, 이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답변을 요구한다. 표현은 결코 ‘단순한 표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을 낳게 하는 사회 구조와 역사적 흐름과 조응하는 산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요구에 그저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너무나도 게으르다 못해 지금의 흐름이 왜 거세게 일고 있는지를 망각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행에 대한 의존을 넘어, 쉽게 특정한 존재를 대상화하거나 배제하지 않는 표현법과 담론을 고민하고 상상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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