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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코로나19로 만들어진 일상
[212호] 2020년 05월 25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한국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6주, 정상적인 등교가 불가능한 지 11주, 원격강의를 진행한 지 9주가 넘었다. 연초 액땜이나 뒤숭숭한 시작쯤으로 여겼던 일이 전 세계적 전염병이 돼 일상을 제한하고 있다. 새해 계획은 자연스럽게 흩어졌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마음은 개강 연기와 비대면 수업 대체를 겪으며 느슨해졌다. 학기 초에는 처음 겪는 질병 재난이 아니기에 곧 다시 대면 수업을 하며 전례 없던 일에 대해 웃으며 말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2002년의 사스, 2009년의 신종플루, 2012년의 메르스까지 국제적으로 몇 번의 전염병을 겪어왔다. 그때마다 미디어에서는 바쁘게 특징과 주요 증상, 감염자 숫자 등을 이야기했지만, 내 주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신종플루로 수학여행이 취소됐고, 메르스로 해외여행 계획이 틀어졌지만, 그건 그저 아주 조금 운이 나빴을 뿐이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마스크를 착용했던 기억도 흐릿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서는 밖에 나서기 어렵고, 헛기침 한 번도 조심스럽다.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확연히 줄어들었으며 대중교통과 번화가는 이전보다 한산하다. 코로나19 초기에 지하철에서 수차례 동시다발적으로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는 진부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동시에 일상에서는 본 적 없었던 생경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혼자 앓는 일은 감당할 수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 혹은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피해가 갈까 싶어서 신중하게 행동하게 됐다.

   등교가 중지되고, 약속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집 안에 머무르게 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나 책상에 앉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의욕은 감퇴하고, 식욕이 불어났다. 심지어 주말에 일하던 학원에서도 당분간 휴원을 공지했다. 언제 다시 개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잔고는 간당거렸다. 나는 테일 로터가 고장 난 헬리콥터를 자주 상상했다. 2020년을 취소하고 싶었다.

   그래도 비대면 수업이 있을 때는 책상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카메라는 꺼져있을 때가 많았지만, 옷을 갈아입고, 거울을 살폈다. 책상을 정리한 뒤 마실 음료를 챙겨 수업을 기다렸다. 수업에서 보던 학우들을 컴퓨터 화면에서 만나는 일은 생각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교수님의 얼굴에는 비대면 수업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대한 묘한 설렘이 비쳤다.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발제와 토론, 합평 등 다양한 수업을 했다. 평소라면 훨씬 긴장했을 발제는 한결 수월했고, 키보드만 주면 보다 조리 있게 말할 수 있을 거라던 농담이 현실이 되면서 토론에서 더 쉽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었다. 수업을 듣다가도 필요한 자료가 있으면 쉽게 책장에서 꺼내 볼 수 있다.

   물론 교수님들은 학생들이 얼마나 따라오고 있는지 표정을 확인할 수 없으니 자꾸 되물었고, 온라인을 사이로 둔 침묵은 짙었다. 한 번 딴생각을 시작하면 다시 수업에 집중하기까지 멀리 돌아와야 했다. 각자의 인터넷 환경에 따라 오프라인이 되는 경우도 잦았다. 비대면 수업에는 분명 불편함도 있지만, 시공간적 제약을 덜 받으며 공부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기도 하다.

   5월 6일을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한 단계 낮은 방역 체계가 시행됐다. 연휴 간 생긴 확진자들로 인해 긴장을 놓을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에 대해 그려보게 된다. 이전의 세계와는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소문이 돈다. 도래할 세계에서 하고 싶은 일은 대단한 일이 아니다. 편하게 친구들과 만나 먹고 마시며 시답지 않은 대화로 하루를 채우기를 바란다. 다시 열심히 읽고 꾸준히 쓴다고 말하고 싶다. 낯선 도시에서 수업을 듣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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