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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대학원 안과 바깥, 그 사이의 공부
[212호] 2020년 05월 25일 (월) 정태현 편집위원

  코로나19 사태로 활동 범위가 많이 축소됐다. 기숙사, 학내 식당, 연구실만 배회하느라 답답함이 느껴질 즘 오랜만에 남산 산책로를 거닐었다. 간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찼지만 불어오는 바람과 풀 내음을 느끼며 힘껏 올라갔다. 마스크를 쓰느라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노을과 자연풍경을 바라보니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지금껏 너무 학교 내에서만 지내왔다.

  지난 3월 말부터 학교 바깥에서 영화비평 강의를 듣고 있다. 평론가를 지망하는 내게 대학원 수업만으로는 실무 감각을 배우기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평론가가 되기 위해 대학원 진학이 필수 조건은 아니지만, 존경하는 평론가들을 생각해보면 대다수가 대학원 학위를 보유했다. 대학원 진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많을 거라 판단했다. 대학원을 진학한 지 1년이 넘은 지금 어떤 것들을 배웠는지 되돌아봤다.

  고전 영화를 분석하며 세계영화사를 정리했고 영화의 형식적 측면에 집중해 작품분석을 했다. 영화 촬영을 하며 현장 실습을 했고 영화이론 외에도 철학과 정신분석학 이론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이론가들이 던진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쫓고 배웠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의 이론은 아직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비평 강의에서 처음 시작한 작업은 각자의 영화사 정리하기였다. 선생님은 이를 통해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것을 권유했다. 내게 많은 영향을 미쳤던 영화들을 생각하며 글을 썼다. 내게 영화가 어떤 의미인지, 좋은 영화의 조건은 무엇인지 감이 잡히는 듯했다. 대학원에서 무엇을 공부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다양한 영화이론을 통해 영화가 무엇인지 사유하고 첨예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수강생들이 쓴 글을 읽고 각자의 영화사에 대해 생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내 글에 대해 정형화된 느낌이 강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좋을 거라 평했다. 글의 형식이 중요한 논문 쓰기에 익숙해서인 듯하다. 다른 수강생들의 글은 비교적 부드러웠다. 개인적인 체험과 느낌을 풍부하게 녹여낸 글들은 읽는 재미가 있었으며 많은 영감을 줬다. 비평과 논문의 형식적인 차이를 실감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비평 쓰기에 소홀한 게 후회됐다.

  불안감과 막연함을 누르고자 비평과 논문 쓰기를 비교해 봤다. 논문 쓰기가 이론과 근거를 바탕으로 사유를 쌓는 과정이라면 비평은 체험과 느낌에 근거해 텍스트를 해석하는 과정이다. 이는 꼭 배타적이지 않으며 두 성향이 공존하기도 한다. 이들은 근본적인 지향점이 동일하다. 두 글쓰기 모두 영화에 대한 자신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두 형식을 체득하는 데 노력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지향점이 동일하다는 점에서 분명 상호보완적인 면이 존재한다.

  일본의 사상가 사사키 아타루는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에서 비평가와 전문가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지적한다. 그에 따르면 비평가는 ‘모든 것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자’로, 전문가는 ‘한 가지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자’로 자신을 기대한다. 이는 절대 충족될 수 없다. 그는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 ‘이것으로 충분하다’라는 자신만의 기준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나는 두 정체성 사이 어딘가에 있다. 제한된 시간과 능력으로 비평과 이론 공부 두 가지를 완벽히 할 순 없을 것이다. 충분하다는 자신만의 기준 정립이 필수적이다. 대학원 안과 밖에서 ‘영화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쫓다 보면 원하는 바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 과정을 통해 배움에 끝이 없다는 아득함과 무력감에서 해방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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