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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고전’의 (재)출간을 반기며
김진송,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 현대성의 형성』, 현실문화, 2020
[212호] 2020년 05월 25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현실문화  

   이번에 소개할 책은 엄밀히 말해 신간이라 할 수 없다. 혹자는 또한 이 책을 고전(古典)이라는 수식어로 소개하는 취지에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이하 『딴스홀』)는 미술사학자이자 목수를 겸하는 소설가이자 걸출한 에세이스트로 그간 문화계와 학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김진송의 1999년 저작이다. 근 이십 년만에 판형과 부분적인 오류를 수정한 제2판본이 나왔다. 1999년 출간되어 이제야 2판을 찍은 책을 무람없이 고전이라 칭하는 게 일견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일 년에 고작 네 권만이 선택 가능한 이 귀한 지면에 나는 이 책을 ‘고전의 개정판’으로 소개하는 데 딱히 주저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2020년 『딴스홀』을 읽게 되는 대학원생·연구자라면 이 선구적인 저작이 현재 한국 인문사회 계열 연구에 끼친 영향력을 새삼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 김진송에 따르면 이 책은 원래 “한국근현대미술사의 기본연구”였다. 현대성과 현대문화 자체에 대한 연구가 목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근현대 한국의 시각문화를 연구하기 위한 ‘바탕연구’가 전무하다는 걸 깨닫고 한국의 현대(성)을 당대 구체적인 풍속사 자료인 신문·잡지를 통해 더듬어본 결과로 나온 게 이 책이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원래의 연구목적에서 한참 벗어난, 어쩌면 미완의 시도라고 볼 수도 있을 터이다. 그러나 이는 이천 년대 한국 풍속사연구의 첫발을 내디딘 선구적인 성취였다. 목차를 구성하는 일곱 개의 키워드(순서대로 현대(성), 과학, 지식인, 대중문화, 신여성, 도시문화, 현대인) 각각은 현재 박사학위 논문급 연구서 서너 편 정도는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한국 현대성 연구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 책의 영향력은 현대성의 적확한 키워드 몇 개를 선점했다는 차원에 국한되지 않는다. “기존의 정치, 사회, 경제, 문학 등에서 언급하거나 인용된 관념적이며 논리적인 글들은 가급적 중심에서 배제하”고, “되도록 일상적이며, 구체적인 현상들에 대한, 시답지 않게 보이거나 시시껄렁한 것으로 취급되는, 그러나 그 어느 것보다 ‘현대성’에 대해서 풍부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글 자료와 시각자료들을 판단에 중심에 놓”는 방법론은 이천 년대 한국 풍속사 연구를 결정한 원형태나 다름없다. 이론적 개괄이나 고찰보다 자료에 천착하는 연구방법에 수반되는 맹점까지 포함한 채로 말이다. 이렇듯 『딴스홀』은 저자의 원래 의도였을 한국근현대미술사에 대한 기초연구 혹은 한국 ‘현대성’의 기원에 대한 사료적 고찰을 훌쩍 초과하는 의의를 지닌 저작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사안이 하나 있다. 바로 이 책의 제목이다. 지금까지 축적된 한국 풍속사 연구 중에서 『딴스홀』에 필적할 만한 학술적 수준과 성취를 이룬 저서는 없지 않다. 그러나 내 생각에 이 책보다 멋진 제목을 가진 풍속사 연구서는 여전히 없다고 생각된다. 현대적 인간의 문화적 욕구를 적확하게 시사하는 동시에 이를 해명하는 연구의 방향성까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기념비적인 저서에 값하는 ‘쿨’한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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