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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기어코 이어지는 사랑 안에서
<결혼 이야기>
[212호] 2020년 05월 25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 <결혼 이야기> 포스터 (사진출처 : Netflix)  

   사랑은 일순 번져서 영겁처럼 지속된다. 그사이에 연애, 이별, 결혼, 이혼 등이 섞일 수 있겠지만, 결국 사랑 안에 일렁인다. <결혼 이야기>(2019)는 온통 이혼에 대해 이야기한다. 찰리는 유망한 브로드웨이의 연출가이고, 니콜은 과거 주목받는 10대 영화배우였지만, 지금은 반짝이지 않는 연극배우다. 둘 사이에는 아들 헨리가 있다. 영화는 둘이 상담가 앞에서 서로의 장점을 적은 종이를 쥐고 있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그 종이를 읽지 않는다. 순탄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고 입장한 관객을 감독은 시종 배반하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찰리와 니콜은 서로를 붙잡을 기회를 나눠 갖는다. 맨 처음 서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했다면, 찰리가 니콜의 말대로 1년쯤 LA에서 살았다면, 니콜이 찰리를 LA의 엄마 집에서 재워줬다면, 찰리가 ‘맥아더 상’을 받고 진정으로 니콜 덕분에 그 상을 받을 수 있음을 인정했다면,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 색을 기억했다면 둘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을 그럴 수 없다. 아주 미세하게 서로의 기대가 어긋나면서 결혼으로 묶였던 둘의 관계는 이혼으로 풀어 헤쳐지고 만다.

   영화는 둘이 사랑을 시작했던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과거에 대해 말하지만, 단 한 번도 플래시백을 통해 구차하게 회상하지 않는다. 추억은 서로의 입을 통해서 혹은 각자를 대변하는 변호사에 의해서 훼손되고, 치졸하게 재구성된다. 일상의 사소했던 순간들이 비수가 되어 상대에게 겨눠지고, 작은 생채기들이 모여 둘을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변호사가 필요 없고, 결혼이 끝나고 나서도 친구가 되고 싶다던 그들은 악다구니와 저주를 퍼붓게 된다.

   
  △ <결혼 이야기> 스틸 (사진출처 : Netflix)  

   찰리는 이기적이고, 고지식하다. 연출을 시작할 때 LA에서 온 니콜의 유명세 덕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한 번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니콜은 찰리에게 2초 만에 사랑에 빠지며 약혼을 깨고 그와 결혼한다. 그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전의 안정적인 사랑도, 시작되는 연기 커리어도 포기할 수 있었다. 찰리와 있으면 많은 것들이 괜찮았지만, 이제 더 이상 무방하다는 마음으로 삶을 지속시킬 수는 없다. 둘은 계속해서 대비된다. 뉴욕과 LA, 연극과 TV 시리즈의 간극만큼 다른 기억을 지니고 있다. 영화는 둘의 차이를 무심한 듯 차분하게 조망한다.

   뉴욕의 생활반경은 걸어서 다닐 수 있을 만큼 조밀하다. LA에서는 차 없이 살아가기 버거울 만큼 광활하다. 찰리는 니콜에게 필요했던 공간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세계 속에서 완결하다고 믿고 있기에 니콜이 자신 밖에 존재할 수 있음을 용인하지 않는다. 영화는 니콜에게 조금 기울어져 이해를 구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정싸움과 재판이라는 법적인 판결이 끝나고 니콜의 변호사 재닌은 자신이 양육 시간을 55대 45로 유리하게 이끌어냈음을 자랑하며 승리를 즐기라는 듯 말한다. 니콜은 건조하게 알았다고 대답한다. 지리멸렬한 분쟁 속에서 승리자는 없다. 둘은 패배하지도 않았다. 둘은 사랑이라는 이름 하에서 이뤘던 많은 것을 상실했을 뿐이다.

   모든 과정이 지났기에 서로에 대해 조금 이해하게 된다. 그때도 알았지만,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니콜이 썼던 아들 헨리가 장점 목록을 읽는다. 헨리는 여전히 더듬거리지만, 처음보다는 능숙하게 글자를 읽어낼 수 있다. 찰리와 니콜은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며 조용히 울음을 먹는다. 지독하게 엉켰던 둘은 이제 헨리의 부모라는 새로운 관계로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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