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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연극: 기술은 연극을 구원할 수 있을까
[212호] 2020년 05월 25일 (월) 남지수 동국대 연극학부 강사, 연극평론가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현재와 같은 삶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을까.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강력한 전염병의 습격으로 달라진 전 세계적 풍경 속에 나의 삶 역시 많은 부분 변화가 있었다. 주로 낮에는 강의와 연구를 밤에는 극장을 찾는 일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나는,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된 강의와 줄줄이 취소된 공연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에 충실히 동참하며 무척 단조로워진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삶의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것은 온종일 책상 앞에 앉아 낮에는 온라인 강의를 소화하고 밤이면 온라인 서비스로 연극을 감상하는 일상은 코로나19 이전의 삶의 모습과 실상 별반 달라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두 달 간 연극계의 풍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장 먼저 국공립 극장들이, 뒤이어 민간극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았고, 연습 중에 있던 일부 공연들은 ‘무관중 공연’을 진행함으로써 코로나 시대를 감당하는 예술 그 자체로서의 존재론적 퍼포먼스에 의미를 두기도 하였다. 객석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테아트론(theatron)에서 연극(theatre)이란 말이 유래했듯 오랜 연극의 역사 속에서도 관객 없는 시절에 대한 기록을 찾아보지 못했던 듯한데, 관객에게 극장에 오지 말아줄 것을 당부하는 그야말로 기이하고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연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Show must go on)’는 무대 위의 오랜 전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극장문이 닫혀도 무대 위의 발화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극장의 폐쇄가 결정 되자마자 독일의 국공립 극장, 영국 국립극장,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 세계 유수의 극장들은 그간 구축해 놓은 공연 레파토리 아카이빙을 활용해 일명 ‘랜선공연(언컨택트 공연)’ 서비스를 발 빠르게 제공한 것이다. 비대면 삶의 방식으로부터 고안된 디지털 기반의 공연 서비스는 이 시대를 이야기하고 증언하는 한 가지 방식으로 새로운 예술의 흐름을 형성하였다. 국내 국공립 공연단체들 역시 온라인 서비스 제공에 적극 동참하였고, 이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역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특히 대중에게 호평을 받았던 작품들의 온라인 서비스나 신작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관객 뷰를 기록하며 물리적 극장에서는 쉽게 이루기 어려운 높은 관람수치를 달성하기도 했다. 탄탄한 공연영상 제작 인프라와 두터운 연극 관객층을 갖고 있는 해외 서비스에서는 이러한 기록이 더욱 가시적으로 드러나는데, 일례로 4월초 서비스된 영국 국립극장의 <한 남자와 두 주인>은 하루 만에 93만 명이 접속했을 뿐 아니라 관객들의 자발적 기부로 5만 유로의 관람비가 모였다고도 한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최근 일부 예술인과 언론을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대응전략으로서 온라인 공연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연극의 자구적 노력이 공연예술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렇다면 디지털 기술은 역경과 곤란에 빠진 연극을 구원할 수 있는 -일종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x-ex-machina)와 같은-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일까? 그러나 개인적으로 회의감이 먼저 밀려오는 것은, 이러한 주장들에 연극 생태계의 본질적 개선에 대한 고민이 결핍되어 있다는 인상 때문이다. 온라인 서비스라는 자본화된 기술은 연극생태계를 소외시거나 예술의 공공성을 침해하지 않으며 공존해 나갈 수 있을까? 기술은 연극계 안에서 또 다른 계급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온라인 공연과 오프라인 공연은 공생할 수 있을까? 온라인 공연은 연극예술의 고유한 속성을 얼마나 담아내 송출될 수 있을까? 이것은 피할 수 없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요구인 것일까.

   이러한 논의에 있어 개인적으로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온라인 서비스가 보여주는 관객의 클릭수의 현혹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수치가 마치 새로운 연극관객 개발(확대)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지나치게 나이브한 생각이다. 온라인 서비스 예찬론자들이 보다 주목해야 하는 것은 관객의 접근편의성이 일상에서 연극을 향유하는 대중의 문화적 인식의 성장을 어떻게 견인해 낼 수 있을지가 아닐까. 기술이 연극을 구원할 수 있다는 태도로부터 벗어나, 기술이 연극을 어떻게 이롭게 할 수 있을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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