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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보장 받지 못하는 주거환경
[211호] 2020년 04월 13일 (월) 정태현 편집위원

  최근 들어 집에 부쩍 관심이 늘었다. 개성을 드러내고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단 현실적인 이유였다. 이번 학기 기숙사 선발에 떨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불합격자 추가신청을 통해 합격했지만, 그전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마음을 많이 졸였다. 개강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 만족스러운 집을 구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작년 10월 ‘대학생 주거권 보장을 위한 자취생 총궐기 기획단(이하 기획단)’을 취재했다. 본 기획단은 세계 주거의 날을 맞아 청계광장에 출범했으며 여러 대학 학생회 및 학생단체로 구성됐다. 피켓과 깃발을 들고 목청껏 구호를 외치고 강단에 올라 주거 실태를 고발하는 모습에서 그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어려움을 머리로는 이해했으나 그들의 처지가 크게 와 닿지 않았던 이유는 지난 2학기 동안 기숙사에서 지냈으며 남은 기간에도 기숙사 생활이 무난히 가능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기숙사에 떨어지고 나서야 기획단이 고발했던 내용을 체감했다. 그들이 왜 그토록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됐다.

  부지런히 방을 알아보러 다녔다.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알아본 뒤 방문하거나, 학교 근처 부동산에 내방하여 방들을 구경했다. 경제 상황 등 제한된 조건에 맞춰 방을 구하다 보니 ‘주택법(住宅法)’으로 설정된 1인 최저 주거기준 14㎡(약 4.26평) 미만의 방들이 허다했다. 괜찮은 방들은 이미 계약이 완료됐거나 허위 매물인 것처럼 보였다. 임대 수익을 위해 애초에 하나인 방을 둘로 나눈 듯한 방도 존재했다. 벽을 두드려 보았을 때 방음이 전혀 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내 여건으론 최저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집들만 허락됐다.

  원룸과 고시원을 합친 형태인 ‘원룸텔’도 고려 대상이었다. 학교에서 가깝고 침대, 책상, 냉장고, 화장실 등이 방에 제공된다는 ‘풀 옵션(Full option)’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깔끔한 내부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방문 전부터 이미 계약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건물 외관은 연식이 오래돼 노후했으며, 방 내부도 사진과 다르게 작고 퀴퀴했다. 작은 창문의 유무로 월세가 꽤 차이 난다는 말을 듣자 계약할 생각이 사라졌다. 이곳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질 것만 같았다.

  기획단이 2019년 9월 발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 월평균 주거비는 약 49만 원으로 나타났다. 설문 대상자들의 월평균 생활비가 93만 원가량인 것을 생각하면 주거비가 생활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열악한 주거환경에 학생들은 생활비의 대부분을 쓰는 실정이다.

  동국대 남산학사의 경우 대략 월 38만 원으로 대학생 월평균 주거비보다 저렴한 편이지만, 2인실이라는 점과 넓지 않은 평수를 고려하면 비싼 축에 속한다. 기숙사에 추가 신청한 지인에게 대기 번호가 100번 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남산학사 행정팀에 따르면 추가 합격은 평균 10-20번 대기자들에게까지 간다고 한다. 결국 기숙사도 학생들의 수요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낮은 수용률을 보였다. 이는 학생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다행히 나는 기숙사 추가 신청에 합격했다. 통금이 있고 모르는 누군가와 같이 생활해야 하며 비교적 비싼 금액을 내야 하지만, 근처 주거환경을 고려하면 감사해야 할 조건이다. 그렇지만 마냥 마음 놓을 수 없는 건 다음 학기에는 다시 방을 구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획단이 출범한 지도 반년이 흘렀지만 새로 보장받게 된 주거 권리는 없다. 시간이 날 때마다 ‘청년 임대주택 제도’, ‘청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제도’ 등을 알아보는 중이다. 지원 자격이 정해져 있고 높은 경쟁률을 보이지만,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불안한 마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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