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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입학 거부는 무엇을 보호했는가?
교묘한 핑크워싱을 경계하라
[211호] 2020년 04월 13일 (월) 안희제 칼럼니스트
   
  △ 사진출처 : Pixabay  

   숙명여자대학교의 20학번 새내기 중 한 명이 입학 반대 운동과 색출 시도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했다. 입학 반대와 색출의 근거는 트랜스 여성인 그가 ‘여성을 사칭하는 남성’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한 학생을 대상으로 혐오 표현을 비롯한 집단 가해가 벌어졌다.

   “트랜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주장에는 여성을 사칭하면 이득을 얻는다는 전제가 있다. 주로 여성 전용 공간 이용이 그 이득으로 거론되는데, 사칭의 이익이라는 논리는 우선 비장애인이 ‘역차별’당한다는 주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만성질환과 함께 살아가는 페미니스트 학자인 수전 웬델은 『거부당한 몸』에 자신에게 필요한 편의 제공 정책이 만들어지자, 그 정책 때문에 모든 교수가 장애인이 되고자 할 것이라는 경고가 있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장애인을 사칭하는 사람은 그것만으로도 큰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수전 웬델이 장애인으로 가장할 때 따르는 불이익과 장애인의 낙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인 이유다. 이를 바탕으로 할 때, 트랜스 여성을 여성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이들은 주변에서 남성으로 여기는 사람이 스스로 여성이라고 밝힐 때 따르는 불이익을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다. 트랜스젠더들은 일상적으로 증오범죄의 표적이 된다. 법적·의료적·행정적 차별도 겪는다. 여성들의 삶에 이 사회가 얼마나 큰 불이익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내가 따로 덧붙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트랜스 여성이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여성의 공간에 침입하려는 남성’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여러 면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범죄를 여성에 대한, 남성에 의한 폭력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1)통계상 피해자 중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고, 가해자 중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으며, (2)그러한 현상을 초래하는 성차별적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의 핵심은 이미 많은 여성학자가 밝혔듯 ‘남성성’의 확인·강화이며, 이를 통한 권력 욕구의 충족이고, 이를 허용하는 사회의 강간 문화다.

   따라서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여성을 가장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성범죄자 남성은 항상 ‘남성’으로서, ‘남성’이 되고자, 강간 문화가 허용하는 한에서 폭력을 저지른다. 트랜스젠더 혐오에서 전형적으로 등장하는 ‘트랜스 여성이 여성성이라는 환상을 강화한다’는 주장도 이와 모순된다. ‘여장 남자’의 성범죄 사건이 과대대표되고, ‘변태적’이라고 언급되는 이유는 그것이 그만큼 적으며, 젠더 규범을 위반하기 때문이다. ‘여장’은 남성 동성 사회에서 가장 기피하는 행위 중 하나다. ‘여장남자’ 혹은 트랜스젠더가 성범죄자인 사례가 있다면, 핵심은 그의 옷차림이나 정체성이 아니라 범행 동기다.

   트랜스젠더로부터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정말 여성이 있는가? 미국에서 중동에 전쟁을 선포할 때, 그곳의 피해받는 여성들을 구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한국에서 예멘 난민들이 성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며 난민 수용에 반대하던 장면이 그 위에 오버랩된다. 페미니즘이 제국주의와 외국인 혐오에 도둑맞는 ‘핑크 워싱’이다. 트랜스젠더 혐오는 누구의 이익에 복무하는가? 성별 이원제라는 여성 억압 기제를 수호하는 교묘한 핑크 워싱을 경계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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