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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작은 빛>이 그리는 ‘영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라본다는 것
[211호] 2020년 04월 13일 (월) 정태현 편집위원
   
  △ <작은 빛> 포스터 (사진출처 : 시네마달)  

   영화는 캠코더로 무언가를 찍는 진무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그는 무엇을 찍는 걸까? 진무는 뇌수술을 받게 되면 기억을 잃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억할 것들을 캠코더에 하나씩 담는 중이다. 진무는 고민한다. 무엇을 캠코더에 담아야 할까? 기억해야할 것은 과연 무엇일까?

   진무는 캠코더를 통해 과거를 욕망한다. 그러나 이는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다. 이미지가 지닌 운동성 때문이다. 이미지는 시간과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흔들리며 고정되지 않는다. 결국 캠코더에 담긴 기억은 그 순간으로 환원될 수 없으며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할 뿐이다.

   이를 방증하듯 가족들은 캠코더 영상을 통해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다. 엄마는 아들 정도의 취미가 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정도는 동생 곽현이 나이 들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무엇보다 그들은 아빠가 찍은 자신들의 사진을 보고도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한다. 즉 이미지는 기억의 매개가 되는 데 실패한다.

   그렇다면 찍는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이는 진무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영화가 지닌 본질적 질문이다. 영화란 무엇인가. 캠코더를 통해 <작은 빛>은 영화 자신에 대한 성찰을 내포한다. 한 마디로 <작은 빛>은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 <작은 빛> 스틸 (사진출처 : 시네마달)  

  <작은 빛>에는 두 대의 카메라가 존재한다. 하나는 진무의 캠코더이고 나머지 하나는 영화의 카메라이다. 두 카메라는 이질적이다. 캠코더가 거칠고 비균질적이며 피사체에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클로즈업의 이미지라면, 영화 카메라는 정적이며 피사체를 멀리서 지켜보는 롱 쇼트의 이미지이다. <작은 빛>은 두 이미지를 조합해 ‘영화’의 의미를 사유한다.

   이는 진무가 터미널에서 엄마와 작별하는 장면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버스에 탄 진무는 배웅하는 엄마를 캠코더에 담는다. 버스는 이내 출발하고 줌 인한 캠코더 화면은 급격히 흔들린다. 극도로 확대한 클로즈업과 거친 움직임은 엄마를 담아내려는 진무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러나 엄마는 화면에서 자꾸 비켜난다. 욕망은 좀처럼 이뤄지지 않는다.

   영화 카메라는 그 순간을 어떻게 이미지화하는가. 고정된 쇼트로 엄마를 담아낸다. 떠나는 진무를 한 발자국도 떼지 않고 응시하는 엄마는 정적인 카메라와 조응한다. 그녀(카메라)는 언제라도 그 자리에 존재할 것 같다. 롱 쇼트를 통해 그녀와 거리를 둠으로써 영화는 그녀를 덤덤히 바라본다. 영화는 남겨진 그녀의 ‘감정’에 주목하기보다 진무를 응시하는 ‘행위’에 집중한다.

   굳건한 롱 쇼트는 절박한 진무에 대한 감응처럼 보인다. 영화는 묻는 듯하다. 진무가 상기해야만 할 것은 ‘사라질 기억’이 아니라 ‘바라보는 행위’이지 않을까. 캠코더는 진무에게, 조카에게, 그리고 엄마에게 전달되며 가족들의 일상을 담는다. 그들은 캠코더를 통해 서로를 마주한다. 기록의 무용성(無用性)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를 감각하고 성찰한다. 이제 진무는 기억하기보다 바라본다.

   영화도 유사하다. 세계를 완벽히 재현하는 건 불가능하며, 정확한 답과 정의를 내릴 수도 없다. 영화는 세계를 지속해서 바라보고 형상화함으로써 새로운 의미와 질문을 만든다. 영화가 품은 질문은 세계를 다시금 감각하게 한다. 그렇게 새로운 지각이 생성되고 세계와 영화는 연결된다. 미약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빛을 포착하는 것, <작은 빛>이 표상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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