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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내일 세계가 무너진다면
[211호] 2020년 04월 13일 (월) 양안다 시인
   
  △ 사진출처 : Pixabay  

무엇을 할까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는 각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도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으로 우리의 마지막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함께하는 것 너는 나에게 동화를 듣다가 잠에 빠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잠들면 동화가 꿈으로 펼쳐지고 죽은 영혼은 꿈속에서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너의 곁에서 네가 잠들어 있는 영화를 보고 싶다고 말하는 대신 “세계는 무너지지 않을 거라는 거짓말을 할 거야. 그다음 너에게 동화를 들려줄게.” 너는 눈을 감았지 그리고 나는 말했다 “하지만 세계가 무너지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으니까.” 정말? 그럼 우리 내일도 볼 수 있는 거야? 응 우리는 내일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거야 너는 다시 눈을 감았지 그리고 나는 너에게 동화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설원을 달리는 열차가 있었어 나는 열차 객실에 홀로 앉아 있었지 눈이 언제까지 내리는지 보려고, 폭설이었거든 사실 열차가 몇 시간이나 숲속을 달린 건지 모르겠어 지루함의 연속이었지 그때 열차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왔어, “약 5분 뒤, 우리 열차는 숲을 벗어나 터널을 지나가게 됩니다. 터널을 빠져나가는 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하루입니다.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열차 내에 소등이 있을 예정이니 안전에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조금 어지러웠어 있잖아, 대체 공포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단 한 번도 어둠과 공포를 동일시하지 않았는데…… 유년에 친구들과 담력을 테스트한답시고 어두운 산이나 폐가에 들어설 때도 나는 항상 앞장섰고 가장 뒤늦게 나왔거든 어디선가 칼 가는 소리가 들린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숲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지 나는 객실 문에 자물쇠를 채웠어 숨을 꾹 참았지 문득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면서…… 너는 잠에 빠져 있다 나는 네가 잠들어 있는 영화를 관람하기 시작한다 너는 꿈속에서 열차를 타고 눈 속을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손톱으로 너의 손바닥에 동화의 마지막 구절을 적어도 좋겠지 세계가 무너지는데 그 와중에 잠든 너는 아름답고

 

<시인 소개>

2014년『현대문학』등단

시집『작은 미래의 책』,『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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