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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코로나19, 질병의 사회학
[211호] 2020년 04월 13일 (월)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 사진출처 : Pixabay  

  질병은 자연현상이지만 사회적 요인의 영향도 많이 받는다. 질병의 발생과 대응 및 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사회적 요인들은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질병의 최종 결과는 다시 사회에 영향을 주게 된다. 즉 질병과 사회는 발생부터 유행, 소멸 단계는 물론 소멸 이후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 유행병을 포함한 대부분의 질병은 사회적 성격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질병의 발생 단계를 살펴보자. 질병이 발생하는데 있어서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특성이 주된 원인임에는 분명하다. 예컨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짧은 시간 내에 감염 발병한다는 점에서 만성병과 다르고, 강력한 전파력을 갖는 점에서 다른 유행병과도 구분된다. 그런데 이 병은 바이러스라는 생물학적 요인에 의해서만 유행되지는 않는다. 보건학에서는 흔히 질병의 전파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환경 여건, 숙주의 3요소가 모두 갖추어졌을 때 발생한다고 본다. 바이러스의 존재 이외에도 바이러스 전파를 용이하게 하는 숙주(이 경우 사람들)의 행태와 환경 여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지금도 감염역학 전문가들은 모든 국민과 한국 거주자들을 보름 동안 꼼짝하지 않고 집에 머물도록 할 수만 있다면 코로나는 바로 종식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 즉 현재의 감염자가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수 없으면 소멸될 수밖에 없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사회는 사람들이 움직이고 모여야 돌아가게 되어 있기 때문에, 즉 인간은 서로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활동을 차단하기가 매우 어렵다. 여기에다 개인들이 위생적 관습이 부족하거나, 공포감이 과도하거나 과소한 것도 방역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사회학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요인과 사회적 행동들을 질병의 발생과 전파에 핵심적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코로나 유행병의 감염위험은 누구에게나 무차별하게 적용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현 시국에서 가장 위험도가 높은 사람은 고령의 기저질환자들이고, 특히 장기요양병원처럼 밀집된 공간에 입원해 있을 경우 위험성이 매우 높다. 이들의 취약한 신체 건강이 감염 위험을 높이는 일차적 원인이 된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은 은퇴자들이고, 소득도 낮은 사회적 특성이 있다. 동시에 이들이 입원한 요양병원도 급성기 병원처럼 많은 보건의료 인력이 돌보는 곳도 아니고, 감염관리 전문가들이 거의 없는 점도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즉 개인의 낮은 사회적 지위와 그에 부합되는 열악한 의료조건이 감염위험을 높인다.

  모 콜센터의 집단감염은 열악한 사무환경으로 인한 감염 사례이다. 하청구조의 말단에 있는 콜센터라는 일자리는 저임금 사무직의 대표적 사례이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밀집된 작업환경에 의한 피로도 증가는 물론 평소에도 고객들의 막말에 시달리는 감정노동자들이었다. 이러한 작업환경과 작업구조는 그대로 감염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되었다.

  코로나 대유행의 전환점이 되었던 신천지 교회와 이후 여러 교회에서 종교활동 중에 집단으로 감염된 사례 역시 사회적 요인의 영향 속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개신교회가 유난히 위험에 노출된 것은 종교의례 자체가 집단성과 친밀성, 열심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례의 특성은 다른 나라의 교회와도 대비되는 특성으로 한국사회의 근대화 과정에서 성장한 개신교회의 구조적 특성으로 보인다. 즉 종교 본래의 특성이기보다는 한국사회적 영향 하에 형성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특성들이 사람들에게 전도하여 교인으로 만들고 또 교회에 열심히 나오도록 만드는 데에는 유효한 요인이었겠지만 동시에 그러한 구조가 역설적으로 바이러스의 전파의 통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회들은 대체로 소규모 교회이거나 독립교회이거나 기성교회에서 이탈한 신흥종교들이 많다. 이 경우 기성교회들만큼 물질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신도를 자주 모이게 하고 헌금을 받아서 기본경비를 충당해야 하는 점도 위험성을 높이게 된다. 즉 종교의 본래적 특성이 아니라 각 교회가 만들어온 사회적 특성들이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과 차별적으로 결합할 수 있고, 그것이 감염위험을 높이거나 낮추게 된다.

  코로나 유행병에 대한 대응 과정도 사회적으로 구성된다. 유행병에 대한 개인 차원의 전형적 반응은 공포감이다. 현재 여러 나라에서 코로나 유행병이 하루에 수백, 수천 명씩 감염되고 있다. 그러한 현실에 직면한 개인들이 혹시 나도 감염되어 아프다가 죽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공포감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공포감은 한편으로는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 등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들을 실천하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 어떤 타인들을 코로나 위험집단으로 간주하여 따돌리고 차별하는 행동을 유발할 수도 있다. 흔히 코로나 이전에도 사회적으로 질시의 대상이 되던 사람들이 코로나 위험집단으로 간주되기 쉽다. 자신의 생활공간이 이들로 인해 오염되어 내가 위험해졌다는 인식이 차별을 초래하는 것이다. 차별이 만연하면 진짜 감염(위험)자들은 차별을 걱정하면서 숨어버리기 때문에 이들을 찾아내어 방역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따라서 유행병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는 공적으로 엄격하게 규제될 필요가 있다.

  코로나 유행병 감염자 중 일부는 중증으로 발전하여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감염자를 입원시켜 치료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문제는 한꺼번에 너무 많은 환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병상과 의료진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대구 지역에 환자가 집중한 관계로 여타지역에서 도움을 주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하여 유행병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또한 이 병의 성격상 공중보건 문제이기 때문에 공공의료 체계가 잘 작동되어야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대구의료원이 전체병상을 비우고 코로나 환자를 전적으로 수용하게 된 것은 좋은 사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비중이 전체 의료의 10%도 안 되는 점을 생각하면 좀 더 많은 환자가 발생하게 되면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즉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의 사회적 특성이 유행병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상당부분 부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이제 유행병은 단순 질병을 넘어서 안보(security) 차원의 문제가 되었다. 따라서 유행병이라는 잠재적 적에 대비할 수 있는 상시적 대비책이 필요하고 공공의료 강화가 그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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