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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차분한 분노 뜨거운 이성
Kate Manne,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 Oxford University Press, 2018.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AMAZON  

  이천십 년대 하반기 가장 활발하고 열띤 사회적인 도전을 감행하는 중인 학문 분야가 페미니즘이라는 걸 부정할 이는 없을 터이다. 사회변혁을 구상(vision)하는 수많은 급진이론들이 대학원과 사설 아카데미 심지어 유튜브를 통한 ‘교양교육’으로 힘이 빠져 암중모색하는 와중에, 페미니즘은 운동이자 이론으로서 가장 생산적이고 정치적인 학제로서 오늘날 한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권력형 성범죄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반(反)인종, 반여성주의적 발언들에 미국의 많은 대중이 분노하는 중이다. 미 학계의 여성 지식인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전문지식은 현재 전 세계 특히 선진국에서 들끓고 있는 여성혐오(misogyny)에 대한 사회적인 문제의식과 대중들의 분노에 공감하는 차분한 분노로 서구사회 진보에 기여할 뜨거운 논리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케이트 만의 책 Down Girl: The Logic of Misogyny는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저작 중 하나이다. 영미권 최고 대학출판사에서 출간된 학술서의 깊이를 놓치고 있지 않으면서도 사뭇 대중적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중적’이라는 말을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사실 이 책은 꽤 어렵고 깊다. ‘대학출판 학술서‘로서 일정 수준 이상의 품격을 유지하면서 동시대 여성혐오 현상을 논리적으로 묘파해 나간다. 지식인-시민 유권자이자 한 사람의 여성-대중으로서 분노가 느껴지는 신랄한 대목도 적지 않지만 대체로 정확하고 차분한 논리와 정제된 학술적 문장으로 분노해야 마땅한 상황들을 다룬다.

  남성중심 사회를 구성하는 욕망에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지적대안을 비판적으로 모색하는 페미니즘 연구는 운동적 측면과 결코 떨어질 수 없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성혐오의 논리 또한 마찬가지다. 책 속의 수많은 사례에서 보듯 만의 연구는 고전 텍스트를 연구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여성혐오는 ‘나’를 구성하는 한 부분으로서 ‘나’의 성별과 정체성에 따라 어느 순간 억압으로 귀환하는 삶의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케이트 만은 여성혐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오늘날 만연하는 여성혐오는 성차별(sexism)과 구분돼야 한다. 성차별이 남녀를 분별하는 억측, 믿음, 이론, 전형을 구성하는 폭넓은 사회적 내러티브라면, 여성혐오는 억측, 믿음, 이론, 가치를 매개하는 가부장적 사회규범이 주조하는, 당장 교정해야 마땅한 불필요한 치안(police)과 강요(enforcement)의 논리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 저자는 시민사회와 인권을 부조리하게 통제하면서 나타나는 가부장 체제의 반여성적 현상을 여성혐오라는 개념으로 비평한다. 여성혐오적 현상을 분석하는 케이트 만의 태도는 침착하지만 분노를 딱히 숨기지도 않는다.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트럼프의 발언에 관한 분석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은 분노를 발산하거나 유발하는 책은 아니다.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느끼는 분노의 악순환을 끝내고자 하는 뜨거운 논리의 암중모색이다. 최근 내가 읽은 책 중에서 한국에 당장 번역되어야 할 책을 꼽는다면 주저 없이 이 책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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