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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이해의 불가능성마저 사랑하기
<가장 보통의 연애>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김태환 편집장

 

   
  △ <가장 보통의 연애> 포스터 (사진출처 : NEW)  

  이 영화의 제목이 <가장 보통의 연애>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주관적이고 특수한 경험인 연애를 보편화하려는 시도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도 자체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는 각기 다른 사람과 저마다의 연애를 하면서도, 그 연애에 대해 논할 때면 비슷한 지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기 때문이다. 이 끄덕임은 ‘보통의 연애’에 대한 감응이다. 따라서 어딘가에는 분명 ‘가장 보통의 연애’가 존재할 것만 같다. 그렇다면 가장 보통의 연애란 무엇인가?

   <가장 보통의 연애>는 이 물음에 대한 영화적 대답이다. 이 대답은 재훈(김래원)과 선영(공효진)의 삶을 적극적으로 편집해서 그 파편들을 하나씩 던지는 과정에서 온다. 편집은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의 문제이다.

   즉, 영화는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크린 위의 인물들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 앎은 오해다. 편집은 그들의 어떤 면을 감춰야만 한다. 그러나 감춰진 것은 ‘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생략된 부분들이 존재하는 이미지와 대면하고 있다.

   완벽한 이해는 완벽한 오해다. 이해는 언제나 제한적이다. <가장 보통의 연애>는 재훈과 선영의 삶을 구성하는 과거의 정보들을 뒤늦게 고백한다. 이 고백은 ‘아차’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마음은 ‘나는 내가 아는 것만을 안다’는 사실, 제한적 이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영화는 진실을 비선형적으로 구성해냄으로써 이와 같은 성찰을 요구한다.

   분명 연애는 주관적이고 특수한 경험이다. 그러나 너와 나의 관념과 관습, 주변의 말들과 시선에 의해 우리의 삶과 사랑이 객관화된다. 사랑의 객관화는 폭력이다. 사랑의 표준이 있는가? 관계에 대한 주어진 방식이 있는가? 타자의 사랑에 대해 객관적으로 논한다는 것은 이해를 가장한 오해이자, 부질없는 덧붙임일 뿐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내 존재를 투명하고 진실하게 드러내고야 말겠다는 욕망 또한 부질없다. 선영은 이 부질없는 욕망을 다른 방식으로 향유한다. 자신에 대한 헛소문으로 인한 오해를 회사 동료들에게 해명하기보다, 선영은 오해의 방식 자체를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려준다. 동료들에 대한 헛소문 혹은 뒷담화를 회식 자리에서 폭로해버리는 방식으로 말이다. 선영의 폭로로 인해회식 자리는 당혹스러운 감정들로 점철되어 엉망이 된다.

   이러한 되갚음은 그들이 행했던 폭력을 반복하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그들을 불가능한 해명 속으로 던져버림으로써 타자에 대한 알 수 없음, 즉 타자의 잠재성에 대한 인식의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

   나는 나를 해명할 수 없고, 타자를 규정할 권리도 없다. 이 명제는 <가장 보통의 연애>의 모든 인간관계 속에서 실천된다. 따라서 재훈과 선영의 관계, 그들이 행할 사랑의 영역에서도 이 명제는 유효하다. 이 유효함은 엔딩시퀀스의 클로즈업이 증명한다. 재훈과 선영의 얼굴은 각기 다른 쇼트에서 클로즈업된다.

   클로즈업은 대상을 확대하는 일인 동시에 배경을 지워버리는 일이다. 즉, 그들의 사랑은 배경 없는 저마다의 고유한 세계로 진입한다. 이 쇼트는 이 영화가 끝내 도달하는 곳이다. 오해의 폭력을 지우고 편견 없이 이뤄져야 할 특수한 경험의 영역, ‘가장 보통의 연애’로 불릴 연애의 영도(零度)이다.

   
  △ <가장 보통의 연애> 스틸 (사진출처 :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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