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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버지니아 울프의 더 나은 세상을 향한 꿈
버지니아 울프 다시 읽기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김금주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연구원
   
  △ 사진출처 : BBC  

   버지니아 울프는 에세이 『3 기니』(1938)에서 전쟁 방지를 위한 활동에 재정적 지원을 호소하는 편지에 답하는 가운데, 역사가 증명하듯 남성들은 “조국을 수호하고자 싸운다”고 말해왔지만, “아웃사이더인 나에게 ‘우리 조국’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고 자문하며 “여성으로서 나에게 조국은 없다… 대부분의 역사에서 조국은 나를 노예처럼 취급하였고, 교육과 재산에 대한 어떠한 몫도 허락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울프는 전쟁, 파시즘, 제국주의에서 드러나는 호전성, 소유욕, 탐욕 등이 여성억압적인 가부장제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았고, 이러한 체제에서 여성은 아웃사이더로서 존재하였다고 보았다. 따라서 가부장제 사회에서 과거 여성들의 삶은 가정에 제한될 수밖에 없었는데, 울프는 1919년 ‘직업 제한 철폐법’으로 여성도 전문직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여성의 임금이 남성의 임금에 비해 턱없이 작은 잔돈에 불과했지만 여성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게 되면서 자부심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여성들이 직업을 얻어 생활비를 버는 토양이 될 수 있는 교육 현실은 공립학교와 대학교에서 5, 6백 년 동안 이뤄진 남성들의 교육에 비해 여성들의 교육은 불과 60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공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의 재건을 역설한다. 그리하여 변화된 대학교육은 경쟁심을 조장하고 학위를 받고 큰 재산을 모으되 나누려 하지 않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새로운 대학은 “어떤 새로운 화합이 인간의 삶을 온전하게 만드는 가를 탐색하는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직업의 세계도 전쟁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경쟁과 호전성, 탐욕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울프는 여성들이 “비도덕적이고 위선적이며 비굴한 가부장제 하의 사적인 가정”을 대신하여 “강한 소유욕과 질투심, 호전성, 탐욕적인 공적 직업 세계”에 진입하는 것을 대안으로 선택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들의 다른 가치 감각’으로 ‘새롭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처럼 울프는 파시즘과 제국주의, 가부장제의 상호관련성을 조망하고 여성 억압적 현실에서 출구를 마련하기를 주장하면서도, 여성들이 피해의식과 분노에 의해 압도되지 않고 열린 마음의 상태가 되기를 호소한다. 『자기만의 방』(1929)에서 울프는 특히 여성작가가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히게 되면 그녀의 책이 일그러지고 뒤틀려져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또한 『밤과 낮』(1919)에서 여성해방을 위해 일하고 있는 사람조차 우리 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울프는 어느 집단의 강한 권리 주장이 지나치게 배타적이 되어 다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주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계한다. 그리하여 울프는 성, 인종, 종교 등의 차이에 의한 차별과 억압에 대항하여 “우리 모두의 권리를, 정의와 평등과 자유의 위대한 원칙을 몸으로 존중하는 모든 남녀의 권리를 주장”한다(『3 기니』).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차별과 억압, 불신을 생각해볼 때, 울프의 글은 현재에도 강한 울림을 주며 울프가 바랐던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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