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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그것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홍덕구 동국대 前 시간강사

  지난 8월,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인문·사회계열 강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을 발표했다. 8월 1일부로 발효된 개정 강사법으로 인해 강의를 잃은 시간강사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이었다. ‘총 2,000개의 과제를 선정’하며 ‘선정자에게는 1년 간 1,300만 원(간접비 제외)의 연구비가 지원된다’는 조건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문제는 이 사업의 지원 자격이 ‘박사학위 소지자’로 한정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개정 강사법 시행으로 인한 강사 대량해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이라기엔 너무나도 안일하고 비상식적으로 준비된 것이다. 개정 강사법에 대한 우려의 핵심 중 하나는 이 법이 학문후속세대의 강의 진입 기회를 막게 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이를 고려하면, 새로운 법안이 교육현장에서 안착되도록 관리·감독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가 스스로 학문후속세대인 비(非)박사 강사들을 배제하는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비판받아 마땅하다.

  사업 공고 직후 ‘강사제도 개선과 대학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사공대위)’ 및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전국시간강사노조, 대학원생노조 등 관련 단체들은 일제히 비판 성명을 발표하고, 이 사업의 지원 자격을 비박사, 즉 ‘석사학위 소지자’까지 확대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그리고 9월 중순에 지원 자격을 확대한 추가모집 공고가 발표되었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리고 애초부터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촌극이기도 하다.

  나는 박사학위 없이 지난 2015년부터 2018년 2학기까지 약 4년 간 강의를 해 온 (전) 시간강사이며, 소위 ‘학문후속세대’로 분류되는 신진연구자이기도 하다. 강사법의 입법 및 시행과정을 비롯하여 이번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이슈까지 일련의 흐름을 지켜보며 몇 가지 느낀 것이 있다.

  하나는 이른바 ‘신진연구자’, ‘학문후속세대’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대변해 줄 단체나 조직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것은 ‘연구’를 직업으로 삼겠다고 결정하는 것과 다름없다. 대부분이 연구실 생활을 하는 이공계 대학원은 물론이고, 인문·사회계 대학원생의 정체성 또한 학생으로서의 성격과 노동자로서의 성격(조교, 연구보조원, 학회간사 등)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또한 ‘인분 교수’ 사건 등으로부터 알 수 있듯이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분위기 하에서 인권이나 노동권이 침해될 경우, 대학원생이 스스로를 지키기란 쉽지 않다. 이번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 재공고 건만 하더라도 ‘비박사 강사’인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제대로 반영되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대학원 총학생회나 대학원생 노동조합과 같은 ‘당사자 조직’에 힘을 실어주고, 이를 통해 여론 수렴, 정책 제안, 입법 제안과 같은 활동을 벌일 필요가 있다.

  다른 하나는 고등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정책 입안자들이나 결정권자들에게 ‘연구자’라는 집단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위치시킬지에 관한 중장기적 비전이 없다는 점이다. 연구자는 자유롭게 학문적 진리를 탐구하는 개인임과 동시에 상당한 ‘사회적 비용’이 투여되어 만들어지는 사회적 존재이기도 하다. 이런 연구자가 생활비 문제나 대학(원) 내 갑질, 노동력 착취 등 비학술적 사유로 연구를 포기하는 것은 곧 사회적 손실로 이어진다. 연구자에게 지속 가능한 연구와 삶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의무다. 이는 특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선택한 ‘연구자의 삶’, 그리고 이를 통해 만들어내는 ‘앎’이 곧 국가와 사회라는 공동체의 운명과 불가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대학원생과 연구자를 둘러싼 권력구조의 폭력성에 대한 공론화가 꾸준히 이루어졌고, 열악한 연구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 또한 미약하게나마 확장되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학원생의 이미지가 ‘잘못된 선택’을 한 존재들로 굳어져버린 것은 심히 유감이다. 우리의 연구는 공공재로서의 ‘앎’을 생산하는 사회적 행위다. ‘시간강사 연구지원사업’같은 일회성 사업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를 향해 보다 나은 삶과 연구의 조건들을 당당히 요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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