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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회를 말하다] 공직자의 윤리
공정성과 적절함 사이에서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이충진 한성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것은 단연 ‘조국 사태’였다. 이와 관련해서 청년 학생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은 공정성의 문제였는데, 처음 조국 개인에게 향했던 젊은 세대의 분노는 이제 기성세대 전체로 확산하였다.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그것은 ‘합법적이되 불공정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이러한 분노의 배후에는 우리가 공직자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인식과 요구가 놓여 있었다. 즉 장관이든 정치가이든 나랏일을 하는 사람은 그의 행위가 합법적인 것만으론 부족하며 그의 삶 전체가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공직자에게 고도의 도덕성이 요구되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공직자와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힘과 권한의 차이 때문이다. 공직자는 국가를 대변하여 국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며 따라서 공직자의 권력은 ‘국가적인’ 크기를 가지기 마련이다.

   반면에 자신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거대한 권력을 가진 공직자 앞에서 국민 개개인은 철저하게 약한 존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러한 힘의 불균형 때문에 부도덕한 공직자가 법의 이름으로 불공정한 짓을 저질러도 국민은 그것을 저지할 수 없다. 그래서 공직자에게 훨씬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대 국가는 공직자의 외적 행위만이 아니라 청렴성, 성실성, 충성 등과 같은 공직자의 내면 역시 법적으로 규제한다. 따라서 일반인이라면 도덕적 비난에 그치고 말 행위가 공직자의 경우엔 법적으로 처벌되기도 한다. ‘법과 윤리의 엄격한 분리’라는 근대적 이념이 공직자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 것 역시 공직자와 국민 사이의 일방적-수직적 권력관계에 기인한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공직자의 청렴성이나 성실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정성이다. 공직자의 모든 행위는 적법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공직자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할 수 없다. 업무를 처리하면서 공직자는 그것의 내용과 특성과 중요도에 걸맞게 처리해야 하고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기계적 중립성을 넘어서는 ‘적절함’이 공정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 공직 수행의 가장 큰 어려움이 등장한다. 공정성은 업무 처리의 권한이 일정 정도 공직자에게 부여되어 있음을 전제하되, 공직자의 권한 행사는 항상 불법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공직자가 아무리 양심적인 사람이어도 그렇다.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바로 그러한 어려움으로부터 공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구체적인 행동 지침인 셈이다.

   ‘윤리’는 희랍어 ‘에토스(ethos)’의 번역어인데, 오늘날 이 단어는 대략 ‘특정 집단에서 공유되고 있는 가치의식 및 행동 방식’을 의미한다. 아마도 넓은 의미에서 ‘문화’와 비슷할 듯하다. 이에 따르면 ‘공직 윤리’는 ‘공직자들의 가치관과 행동규범’ 또는 ‘공직 사회의 문화’를 지칭할 것이다.

   이러한 공직 윤리는 다른 사회에는 없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공직자의 권한 행사는 곧 자신의 의무 이행이다’. 달리 말하면 ‘공직자의 행위는 공직자 자신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며 그런 점에서 철저하게 이타적인 행위이다’라는 점이 그것이다. 공직자에게 사명의식이 필수적인 것도 바로 이러한 독특함에 기인한다.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부끄럽지 않고 또 최선을 다하여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공직자의 의무이다. 이러한 의무를 훌륭히 수행한 공직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바로 명예이다. 국가가 공직자에게 부여하는 명예는 공직자의 자긍심, 즉 국민을 위해 개인의 삶을 희생하고 공익을 위해 사익을 양보했다는 자긍심을 온 국민이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명예와 자긍심의 원천이 바로 공직자의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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