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1.12 화 15:32
인기검색어 : 등록금 인상, ,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제자 논문을 표절하는 교수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대학원 신문사

  배움과 가르침에는 위아래가 없다. 대학 역시 위아래 없이 수많은 의견이 교류하는 논의, 논쟁의 장이다. 이러한 논의와 논쟁의 과정을 통해 나오는 지식이 새롭고 독창적이라 말할 수 있는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격언이 있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것이 없다는 단언이기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견, 발명해나가는 고단한 과정을 함축한 이야기일 것이다. 교수를 비롯한 연구자, 대학원생 등 많은 이들이 이러한 고단함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겪는다.

  고단함의 결과물 중 하나가 논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증명해내야 하는 논문 쓰기 과정은 앎에 대한 반성을 동반한다. 수없이 존재하는 기존 논문·저서들은 내게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가려낼 것을 요구한다. 직접인용과 간접인용, 주석과 참고문헌의 서술은 타인의 지식과 내 지식 간 경계선을 긋는 과정이다. 적어도 국내 학술계는 이러한 경계선을 가능한 한 정확히 구분해야만 자신의 생각을 덧붙일 수 있다. 따라서 논문 쓰기에는 독창성뿐만 아니라 아주 긴 조사의 과정이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국내의 연구자들은 이러한 논문 쓰기의 고단함을 잘 알고 있다. 특히 이러한 고단함을 잘 아는 교수들은 두 가지 정도의 행보를 보여준다. 하나는 교수가 지식의 경계선을 꼼꼼하게 살피는 과정을 제자와 함께한다. 그리고 제자의 생각이 독창적인지, 고리타분한 것인지에 대한 탐구를 함께 이어 나가며 이를 발전시킨다.

  다른 하나는 교수가 제자의 생각을 가로챈다. 논문 쓰기의 고단한 과정을 생략하고 제자의 생각을 실적의 도구로 삼는다. 지난 10월 4일, 여영국 정의당 국회의원이 고발한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K대 교수 A 씨가 제자의 석사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A 씨는 지난 2011년 자신의 제자인 K 씨의 『중소도시 노인들의 24주간 복합운동 프로그램이 성인병 질환자 및 정상인의 신체 조성, 혈액 성분, 기초체력에 미치는 영향』라는 논문을 지도한다. 그로부터 2년 뒤 A 씨는 『중소도시 노인들의 24주간 복합운동 프로그램이 성인병 질환자 및 정상인의 신체 구성, 혈액 성분, 체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디지털정책연구’라는 학술지에 등재한다. 이 논문은 제자의 논문과 제목만 흡사한 것이 아니라 80문장 이상, 10개 문단이 똑같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교수의 연구윤리의 문제점뿐만 아니라 국내 학술계의 구조적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다. 이러한 일이 A 씨의 사례에만 해당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연구재단이 올해 발간한 「대학 연구윤리 실태조사 보고서」는 최근 5년간 표절 122건(36.7%), 부당 저자 표시 86건(25.9%)의 연구 부정행위를 지적했다. 연구 부정에 대한 징계는 중징계 12.6%, 경징계 13.5%로 미미한 실정이다.

  배움과 가르침이 위아래 없이 나누는 것이라고 해서 타인의 생각을 함부로 갈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움과 가르침도, 연구의 고단함도 아니다. 부끄러움이 필요하다. 부끄러움이란 자기반성이다. 자기반성 없는 연구자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것은 요행과 뻔뻔한 배부름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김대욱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우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