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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만들어진 제1저자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주말이면 교대역으로 향한다. 아침 단잠이 그리운 시간부터 사람들이 뉘엿거리며 술을 마시는 시간까지 꼬박 하루를 학원에서 일한다. 토요일과 일요일 합쳐 스물 네 시간, 이틀간 버는 임금이 평일을 살게 한다. 일 한지 만 삼 년이 되었다. 이제 오랜 습관 같아서 딱히 주말을 아쉬워하지 않는다.

   몇 주 전부터 토요일 오후가 되면 스피커와 확성기 소리가 들린다. 서초대로가 멀지 않는 학원 안으로 구호와 노래들이 들이친다. 서초역 대법원 앞에서 진행되는 ‘조국 수호 집회’가 교대역 어귀까지 이어져 있다. 처음 집회가 진행될 때 현장을 둘러봤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한 여러 번의 집회 경험으로 그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조국 장관이 전 장관이 되고, 교대역 집회가 여의도 집회로 나뉜 지금까지 참여 인원은 달라졌으나 꾸준히 열리고 있다. 집회는 학원이 끝날 때쯤부터 정리되기 시작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들과 함께 지하철에 오르게 된다. 평소보다 조금 더 북적이는 지하철 안에서 내일 출근을 걱정하거나 평일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을 정리할 때가 많았다.

   조국 전 장관에 대한 수많은 이슈와 의혹, 과하다 싶은 보도가 이어졌다. 검찰 개혁과 공수처 설치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첨예하다. 거대한 담론들 사이에서 이기적인 나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온 건 조국 전 장관 딸의 논문 제1저자 등록이다. 주말에는 노동자이고, 평일에는 예비 연구자인 내 신분은 해당 쟁점에 대해 자주 찾아보게 만들었다.

   MBC에서 진행한 탐사보도에 따르면 디비피아(DBpia)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 250만 건 중 확인된 고등학생 저자는 1,200명, 이들이 참여한 연구물은 400건이 넘는다고 한다. 나는 아직 예비발표도 하지 않은 예비 연구자다. 한 편의 논문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지 직접 경험한 적 없다. 하지만 선배들이 논문을 쓰기 위해 분투하던 모습을 기억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논문을 쓰지 못하고 졸업이 아닌 수료를 택한 채 학교를 떠난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조국 전 장관을 검증하는 과정과 나경원 의원의 아들 교신저자 문제에서 고등학생 논문 저자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었지만, 이는 꽤 오래된 이야기이다. 대학입학에서 수시와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높아지고, 이를 위한 생활기록부가 중요해지면서 고등학생들이 논문 저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중에는 유독 총명해서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거나 논문 참여를 계기로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겠다고 마음먹는 학생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014년부터 생활기록부에 논문 기재가 금지되면서 논문발표는 줄고, 학술대회 발표가 늘었다는 사실과 다양한 학과의 연구가 전개된 것이 아닌 치·의대,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 의전원 진학에 유리하다고 여겨지는 분야에 치우쳐져 있는 점을 상기하면 앞선 가능성은 불투명해진다.

   저자 인정 범위에 대한 논의는 표절만큼이나 연구 윤리에서 첨예한 지점이 되었다. 논문 저자라는 이름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수년간의 연구에 따른 결과로 주어진다. 이러한 고등학생 논문 저자 문제는 처음과 나중이 뒤집혀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문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문을 통해 자신의 연구 성과를 내보이기 위해 각자의 방을 밝히고 있을 연구자들이 있다. 부모 혹은 지인을 통해 논문에 올라간 고등학생 저자의 이름은 수많은 연구자를 허탈하게 만든다. 애초에 다른 출발점이 존재하는 모습은 촛불을 들고 온 마음을 다해 바라왔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위태롭게 흔든다.

   토요일이 지나면 일요일이 된다. 나는 어제와 같이 서초역을 거쳐 교대역에서 내린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구책으로 찾은 생활 방식이기에 불만 없다. 다만, 커다란 이야기 앞에서 제1저자 문제가 거스러미처럼 다뤄지거나 연구 윤리가 흐트러진 모습이 지속된다면 평일은 학교에서, 주말은 학원에서 휴일 없이 채워지는 일상이 조금 초라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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