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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학교로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휴학생 익명

  대학원에 대한 첫인상을 떠올려 본다. 그것은 설렘도, 어떤 다짐도 아닌 ‘7,949,000’이란 숫자였다. 학부를 갓 졸업한 내가 거의 800만 원에 육박하는 전문대학원 등록금을 낼 방법은 학자금 대출밖에 없었다. 학자금 대출을 신청하기 위해 들어간 장학재단의 홈페이지, ‘제때 돈을 갚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동영상과 온라인 안내서를 보며 말할 수 없는 부담감을 느꼈다. 4학기 중 1학기 등록금을 2022년 7월이 되어서나 다 갚을 수 있다니. 아니, 그 안에 갚아야 한다니. 만약 4학기를 다 대출로 다닌다고 가정하면 대략 2035년에나 등록금을 다 갚을 수 있는 것이다.

  학부 등록금은 국가장학금으로 해결했다지만 대학원 등록금은 정말 어쩔 방도가 없었다. 외부 기관과 연계해서 받을 수 있었던 장학금은 내가 입학한 해부터 학교가 기관과 교류를 취소한 탓에 지원되지 않았다. 신청이 가능한 장학금들은 두 번째 학기부터, 그것도 소수의 학생에게만 지원됐다. 대학원 OT 당시 받은 입학 안내서에도 등록금을 해결할 수 있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장학금에 대해 질문하자 교내 조교 장학금을 알아보란 답이 돌아왔다. 한 학기에 250만 원 남짓, 소수의 인원만을 뽑는데 그나마도 석사 1학기 생들은 조교 지원이 불가능했다.

  부담스러운 등록금에 비해 학생 처우는 형편이 없었다. 과 특성상 필요한 촬영 장비들은 대부분 구식이거나 노후해 있었고, 편집실이나 랩실의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으며, 졸업 필수 요건인 졸업 영화 촬영에는 한 푼도 지원되지 않았다. 학교에서 빌린 삐걱대는 삼각대를 들고 과제 촬영을 하며 도대체 등록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을 파고들며 현실을 탓하기엔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쏟아지는 과제, 계속되는 촬영. 읽어야 하는 책들과 봐야 하는 영상 자료들은 항상 많았고, 원서로 진행되는 수업은 예습과 복습 없인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웠다. 여기에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한 일들을 병행하려니 몸이 남아나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수업도, 과제도, 일도 힘에 부쳐 가까스로 해냈다. 이 모든 것에서 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는 대학원에 들어온 ‘배우고 싶은 마음’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더 공부하고 싶은 마음으로 스스로 결정해서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것을 즐겁게 감당하지 못했다.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그렇게 가까스로 첫 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다. 운 좋게도 원했던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기 시작했다. 업무의 만족도도 높고, 정기적으로 통장에 돈이 입금된다는 사실이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한다. 다시 학교에 돌아갈 수 있을까. 가끔 스스로 질문해본다.

  아마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내야 할 등록금과 쌓여갈 대출, 졸업까지의 과정과 불투명한 미래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끊임없이 무거워지지만, 아직 배우고 고민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다만 어떤 마음으로 그 결정을 감당할지는 아직 잘 알 수가 없다. 대학원생들을 위한 제도나 학내 운영이 개선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 더 알고 싶은 것들이 남아있기에, 나는 다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 처음보단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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