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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위조지폐와 복제인간
사진을 믿어도 되는가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이기원 사진비평가, <보스토크> 편집동인
   
  △ 이 사이트에는 실존하지 않는 인물의 사진이 있다. (사진출처 : thispersondoesnotexist.com 캡처)  

  위조지폐를 만드는 범죄자와, 이를 진폐와 식별하는 경찰이 있다. 범죄자는 끊임없이 위조지폐를 진폐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려 노력하고, 경찰 역시 이에 맞춰 위조지폐를 더욱 세심하게 위폐를 골라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서로가 각자의 업무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해 습득한 노하우나 기술이 공유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찰은 더욱 세밀한 부분까지 진폐와 위폐를 구분할 수 있게 될 것이지만, 위조지폐범 역시 경찰이 위폐를 식별하는 요소들을 무력화시키는 더욱 정교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이 끝에 다다른 어느 순간에, 위조지폐범은 진폐와 구분할 수 없는 정교한 위조지폐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물론 현실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인공지능의 세계에서는 이런 방식을 통해 ‘위조지폐 같은’ 사진이 만들어지고 있다.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아래 GAN)은 식별자 인공지능과 생성자 인공지능에 딥러닝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값을 주고 서로가 경쟁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지난해 말부터 속속 등장하는 ‘존재하지 않는 인물’의 인물사진이 만들어지는데 이용되는 핵심 기술이기도 하다.

  GAN을 통해 인물 사진을 생성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소스 이미지가 되는 실제 인물 사진으로 식별자와 생성자 모두에게 충분한 데이터가 쌓이도록 딥러닝을 진행한다.

  2. 생성자가 자신이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해 만들어낸 인물 사진을 식별자에게 넘겨 이를 실제 인물 사진과 비교해 진위를 식별하도록 한다.

  3. 2의 결괏값을 토대로 생성-식별 과정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생성자는 식별자가 구분해낼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

   
  △ 인공지능이 생성한 인물사진 10만 장 이상이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다운로드 할 수 있게 공유되고 있다. (사진출처 : generated.photos 캡처)  

실제로 GAN을 활용한 이미지 생산은 단순히 특정한 피사체가 담긴 사진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면, 이는 우리가 한 사진을 볼 때 지시적으로 표현하거나 식별할 수 있는 요소들을 부분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각 요소를 놓고 이미지 사이의 연산이 가능하다. 가령 기존 풍경 사진에 인상파 회화 작품을 더해 사진 속 풍경을 인상파 화풍으로 변환시킨다거나, 안경을 쓴 남성의 사진에서 안경을 쓰지 않은 남성 사진을 빼고 여기에 안경을 쓰지 않은 여성의 사진을 더해 안경을 쓴 여성의 사진을 생성해내기도 한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가짜뉴스나 포르노에 악용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딥페이크(Deepfake, 영상 속 인물의 얼굴을 다른 사람으로 바꿔주는 기술)’ 역시 그 기반에 GAN이 활용된다.

  GAN에 기반해 생성된 인물 이미지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이미 여러 곳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WhichFaceIsReal.com’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얼굴 사진과 실제 촬영한 얼굴 사진을 비교하는 퀴즈 형식으로 제작돼 두 사진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물론 이 사진들 중 하나가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됐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바라보면, 배경이나 모자, 안경 등과 같은 요소에서 어색한 부분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이 사진들을 보면 영락없이 평범한 인물사진처럼 보이거나 실제 인물사진에 포토샵으로 부분적으로 합성한 사진 정도로 여겨질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인공지능은 더욱 정교하게 자신의 결과물을 광학적인 사진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학습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인공지능 전문가들 역시 3년 이내에 인간이 이러한 사진을 구분해내지 못할 것이라 예측한다. 이는 단순히 피사체도, 촬영자도 없는 사진이 탄생한다는 것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특히 현재 가장 빠르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인물 사진의 경우, 이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선택된 각 얼굴 부분의 조합으로 만들어져 실존 인물의 사진이 아니라고 전제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전 세계의 ‘누구와도 닮지 않은 얼굴’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기에, 가상의 인물과 조금이라도 닮은 사람이 실존할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 그리고 이는 다른 한편으로 실존 인물과 똑 닮은 가상의 인물 사진 역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인공지능이 생성한 얼굴 사진과 실제 얼굴 사진을 비교하는 퀴즈 형태의 웹사이트 (사진출처 : WhichFaceIsReal.com 캡처)  

  또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더라도,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 봐왔던 (광학적 사진에 기초한) 합성 이미지 또는 ‘짤방’처럼 ‘사진의 한 종류’로 포섭되기보다는, ‘사진과 동일해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것’으로 존재한다. 기존 사진과 동일한 역할과 방식으로 작동하지만, 근본적인 생성 과정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자연물로서의 ‘빛’과 전혀 관계없이 탄생할 수 있는, 예컨대 ‘자궁 밖에서 태어난 복제인간’ 같은 이미지라는 점에서 이는 우리가 사진을 인식하는 기준점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다. 그동안의 사진이 ‘대체로 믿을만하지만, 때때로 의심해봐야 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인공지능이 생성하는 사진과 광학적 사진이 뒤섞인 시점에서 사진은 ‘대체로 의심해야 하지만 종종 믿어 볼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즉 이제 우리는 사진을 바라볼 때 ‘이것을 얼마나 믿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것을 믿어도 되는가?’부터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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