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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공간과 기억 사이, 서울거리예술축제
틈을 채우는 거리예술
[210호] 2019년 11월 11일 (월) 김민범 편집위원

 

   
  △  봉앤줄, <태움> 공연 (사진 : 김민범 편집위원)  

서울은 아득하다. 한끝에서 다른 끝에 닿는 일은 막막하고, 표정을 삼킨 사람들 곁을 지나는 일은 험난하다. 헤아릴 수도 없는 정거장과 역들이 장소들을 긴밀하게 엮고 있지만, 목적지에서 목적지로 이어지는 일상에서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멀다. 변덕스러운 도시 속에서 시간은 무심히 지난다. 자꾸 틈이 벌어진다. 그사이의 기억과 공간이 서울을 지탱한다.

  갈라진 틈에 거리예술이 자리한다. 축제라는 비일상은 거리를 공연장으로 만들고, 관객과 배우의 벽을 허문다. 배우는 관객에 대해 묻고, 시민은 무대가 된 거리에 참여한다. 거리예술축제는 익숙하던 공간을 낯설게 만들고, 본 적 없는 장소를 발견해내면서 새로운 기억이 도시에 쌓이는 시간이 된다. 일상에서 함께 이탈하는 경험은 시간과 공간, 사람에 대한 다채로운 대화가 서로의 마음에 펼쳐지는 모습을 그려보게 만든다. 서울거리예술축제2019는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의 거리에서 ‘틈’을 상상했다.

  서울거리예술축제는 2003년 하이서울페스티벌에서 기원한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서울이 축제의 공간으로 되고, 남녀노소, 내외국인이 모두 어우러지기를 바라며 ‘서울을 열자, 서울을 담자 (Open Your Seoul)’라는 슬로건으로 첫 축제가 개최됐다. 매년 다양한 기획으로 여러 계절의 서울에서 진행되던 축제는 2016년 ‘서울거리예술축제’로 개칭하며 매년 가을, 거리예술을 선보이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축제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상자와 테이프를 이용해서 건축물을 만들고, 허무는 과정을 통해 도시와 건축에 대해 생각하는 프로젝트 <시민의 역사>, 서울과 DMZ를 연결하며 전쟁과 평화, 과거와 현재를 여행하는 <대립관광>, 서울 회현동을 중심으로 가려져 있던 도시의 이야기를 듣고, 걸으며 개인의 내면을 탐험하는 <워크맨 인 서울> 등의 공연이 펼쳐졌다. 국내외 마흔두 편의 공연은 서울 광장과 청계 광장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축제를 보다 많은 서울의 공간으로 확장했다. 더불어 무대와 거리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서 작품의 완성을 시민 참여에 맡겨보거나 홀로 또 같이 여행하고, 산책하는 등 다채로운 공연 방식을 시도하며 장르와 형식의 경계를 넓혔다.

  나흘간 펼쳐진 축제는 첫날, 광화문에서 있었던 대규모 집회와 겹쳤다. 어떤 공연은 취소되고, 다른 공연은 시간을 바꿔서 진행됐다. 축제라는 시간에 침입하는 우연성과 우발성은 그 시간의 외연을 넓히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협소하게 만들었다. 거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질문하고, 도시에서 소외되었던 사람들에게 다시 공간을 되돌려주는 예술 장르인 거리예술이 다른 점거인들에게 자리를 내어줬다. 안전해진 거리예술은 자신의 질문에서 멀어진다. 대신 각기 다른 생각과 표정이 겹치는 광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른 물음을 얻는다.

  사무엘 베게트에게 영감을 받은 초현실적인 이동형 거리극 극단 실렌시오의 <묘지로 향하다>는 먼 도시에서 봤던 장면이 익숙한 풍경 안에서 재현되며 기묘한 낯섦을 경험했다. 일상에서 만나는 무수한 신호를 서커스, 무용, 음악을 통해 풀어내는 <시그널>과 예술가가 지닌 각자 다른 오브제와 기예를 바탕으로 단 한 번만 가능한 공연을 하는 <원샷>을 따라다니며 도시에 대한 새로운 기억을 채웠다.

  축제는 힘이 세다. 일상과 비일상, 무대와 거리, 관객과 배우, 기존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는 거리예술은 서울에 균열을 만든다. 틈에서 생겨날 무수한 대화는 각자 달라도 같이 웃고, 환호하며 함께 어울려 만든 기억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서로를 지탱할 기억과 공간이 지금·여기,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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