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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비평] <아비정전>이 순간을 재현하는 방식
얼굴에 담긴 그 시절 홍콩
[209호] 2019년 09월 23일 (월) 정태현 편집위원
   
  △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영화는 순간을 포착하고 재현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순간을 재현한 영화 <아비정전>(1990)이 있다. 영화는 1998년 반환을 기점으로 사라질 순간의 홍콩을 담아낸다. 영화는 그 순간을 어떻게 재현하는가? 영화가 주시하는 홍콩은 반환 직전이 아니라 60년대이며, 홍콩을 상징하는 공간은 영화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영화는 무엇에 집중하는가?

   <아비정전>에는 홍콩의 ‘시공간’이 아닌 ‘인물’에 방점이 찍혀 있다. 특히 아비(장국영)라는 캐릭터에 집중돼 있다. 아비는 상처받은 인물의 표상으로 친모에게 버림받고, 양모에게도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비의 처지는 중국(친모)과 영국(양모)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홍콩과 조응한다. 영화는 아비를 통해 홍콩이 받은 상처를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불안하고 우울하며, 위태롭게 흔들리던 홍콩의 순간들은 아비의 감정을 통해 재현된다. 또한 아무런 설정 쇼트 없이 삽입된 클로즈업을 통해 아비의 감정을 그려낸다. 결국 홍콩이라는 시공간은 아비의 어둡고 쓸쓸한 표정에 의해 밀려난다.

   영화는 왜 홍콩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내는가. 영화가 유일하게 묘사한 공간을 통해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영화는 주목할 만한 롱 테이크와 트레킹 쇼트로 한 공간을 맞이한다. 지금까지 없던 카메라의 유려한 움직임은 예외적이다. 그 공간은 어디인가. 그 곳은 아비가 친모 국적의 여권을 구매하기로 한 곳이다. 중국으로 상징되는 장소만 프레임 내부에 존재한다는 점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반환 후 홍콩은 사라지고 중국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역설하는 것일까. 부랑자가 경찰에게 쫓겨나는 장면은 또 어떠한가. 이러한 구성은 반환 후 홍콩의 처지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제 다시 아비에게 돌아가 보자. 영화의 ‘프레이밍’은 아비와 밀접히 연관된다. 이를테면 아비는 친모에게 만남을 거절당한 뒤 자신도 똑같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상처받은 이의 앙갚음이다. 아비의 감정을 집약하듯, 영화는 홍콩을 프레임 밖으로 밀어낸다. 홍콩을 보여주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흔들리는 프레임 속 아비의 뒷모습은 ‘바깥’으로 밀려난 홍콩과 닮았다.

   프레임의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프레임은 사각의 면이기 전에 안과 밖의 경계를 지닌 절단면이다. 무엇을 담아낼지 결정하기 위해선 무엇을 담지 않을지를 결정해야한다. 즉, 프레임의 힘은 무엇을 담고 담지 않을지 안팎으로 모두 상응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이처럼 영화는 그 자리에 계속 살아갈, 현실에 남겨질 내화면의 ‘사람들’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외화면으로 내몰린 홍콩의 ‘현실’도 잊지 않는다. 외화면에도 세계가 존재함을 드러내는 것, 이것이 바로 <아비정전>이 홍콩을 재현하는 방식이다.

   <중경삼림>(1994) 속 ‘유통기한’을 통해 ‘반환의 날’에 매달리는 홍콩을 표상했듯, ‘시간’과 ‘장소’는 왕가위 감독이 주목하는 화두이다. <아비정전> 또한 제목대로 아비를 ‘정전화’함으로써 당시 홍콩인들의 지난했던 순간들을 오래토록 기억하려는 영화로 보인다. 관람객인 우리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는가? 때마침 들려오는 홍콩의 소식은 아비를 더욱 잊기 힘들게 하진 않는가? 아비의 쓸쓸한 표정은 영화와 현실을 넘나들며 좀처럼 쉽게 잊히지 않는다. <아비정전>은 그렇게 서서히 스며든다.

   
  △ 사진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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