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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장독대가 ‘냥독대’ 된 까닭은?
고양이와 장독대
[209호] 2019년 09월 23일 (월) 이용한 작가
   
  △ 고양이는 장독대에서 새들을 구경하기도 한다.  

   여러 고양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었던 ‘다래나무집’이라는 곳에는 제법 많은 장독 항아리가 있는데, 고양이들이 자주 장독을 독차지하는 바람에 어느 순간 이곳은 ‘냥독대’가 되었다. 고양이들의 자연친화적 캣타워이자 빵굼터(이곳에서 식빵을 굽는 관계로)이고, 놀이터이며 약수터인 냥독대. 녀석들이 냥독대를 즐겨 찾는 첫 번째 이유는 역시 일광욕이다. 고양이들은 주로 봄가을과 초겨울에 장독에 올라가 일광욕을 한다. 햇볕을 받은 장독은 마치 구들장처럼 데워져 온돌의 구실을 한다.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은 이곳에 올라 몸을 지지고 해바라기를 하면서 식빵까지 굽는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고양이가 일광욕을 하는 이유는 당연히 체온조절 때문이지만, 피부와 털을 말리는 과정에서 살균과 외부 기생충까지 없애는 효과가 있다. 식사 후 그루밍 시간에도 녀석들은 장독대를 즐겨 찾는다. 따뜻한 옹기에 엉덩이 찜질을 하면서 그루밍을 하고 나면 저절로 잠이 와서 항아리마다 한 마리씩 꾸벅꾸벅 졸기 일쑤다.

   고양이가 냥독대를 즐겨 찾는 또다른 이유는 물을 마시기 위함이다. 눈이 녹거나 비가 오거나 서리가 내렸다 녹을 무렵이면 고양이들은 장독대에 고인 물을 즐겨 마신다. 따로 마실 물을 그릇에 가득 담아 두어도 녀석들은 항아리 뚜껑에 고인 물을 유난히 좋아한다. 장독대가 눈에 덮이는 겨울에도 고양이들은 눈이 녹기를 기다렸다가 이른바 납설수(臘雪水), 눈 녹은 물을 마시러 항아리에 오르곤 한다. 종종 성급한 녀석들은 미끄러짐과 시린 발을 감내하면서 눈이 수북이 쌓인 장독에 기어이 올라가 녹지도 않은 설빙(雪氷)을 혀로 녹이며 먹는다.

   
  △ 장독 뚜껑의 감로수를 마시는 고양이.  

   고양이들이 물을 마시러 가장 분주하게 냥독대를 오르내리는 시기는 당연히 가을과 봄이다. 가을과 봄에는 서리나 이슬이 내려 오목한 장독 뚜껑에 고이는데, 고양이들은 이 ‘감로수’를 최고의 물로 여기는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마당의 물그릇도 마다하고, 사계절 마르지 않는 계곡물이 지척에 있는데도 녀석들은 오로지 이곳에 올라 감로수만으로 목을 축인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보자면 고양이는 집안에서조차 물그릇에 고인 물보다는 설거지통에 담긴 물이나 수도꼭지에서 흐르는 물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바깥에 사는 고양이도 마찬가지로 물그릇의 물보다는 웅덩이에 고인 물, 웅덩이 물보다는 계곡에 흐르는 물을 더 좋아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항아리에 고인 물과는 비교불가다. 눈을 지그시 감고 감로수를 음미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신선이 따로 없다. 하긴 감로수란 것이 신선이 마시는 물이니 오죽하랴. 여름은 여름대로 고양이들은 장독에 고인 빗물을 식수로 사용한다. 발 젖는 것을 몹시 싫어하는 고양이들이지만, 수시로 젖은 발을 털면서도 녀석들은 장독에 고인 빗물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양이들이 냥독대를 즐겨 찾는 이유 중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이유도 있는데, 바로 새 때문에 오른다는 것이다. 한번은 여덟 마리 고양이가 장독대 맨 앞줄에 일렬로 앉아 새 구경을 하는 장면도 만난 적이 있다. 이런 풍경은 나만 볼 수 없어서 여러 번 사진으로도 남겼는데, 어떤 분은 이것이 믿기지 않는지 연출된 것이 아니냐, 조작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고양이 집사들이야 잘 알겠지만, 고양이가 이렇게 일렬로 죽 앉아봐, 한다고 응 알았어, 이렇게 앉으면 되지, 하면서 순순히 협조할 녀석들이 아니다. 고양이 조련사가 와도 그건 어려운 일이다.

   다래나무집 장독대 앞에는 세 그루의 자작나무가 있고 툭하면 이곳에 새들이 날아와 시끌벅적 찍찍꼬꼬 수다를 떤다. 그럼 또 고양이들은 자작나무에서 가장 가까운 맨 앞줄 항아리로 한 마리씩 올라와 그림의 떡인 새를 향해 캬르르 캭캭, 채터링을 한다. 새가 날아가도 한동안 녀석들은 그곳에서 잠시 여운을 느끼며 앉아서 공연히 그루밍도 한다. 여러 마리 고양이가 장독대에 일렬횡대로 죽 앉아 있는 사진은 바로 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런 순간을 포착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운이 따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사실 나에게 고양이 사진은 운칠기삼이라 할 수 있다. 고양이는 풍경처럼 정지해 있는 것도 아니고, 인물처럼 기다려주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재주가 좋은 사진가도 고양이 앞에서는 재능을 다하기가 어려운 법이다. 이래저래 나는 운이 좋아서 장독대와 어울린 고양이 사진만으로도 사진집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진을 얻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잡지사 청탁을 받고 <한국의 고양이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실은 적이 있는데, 당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사진 역시 장독대 고양이 사진들이었고, 재작년 가을 홍콩 아트쇼에 전시한 사진 중에 호응이 가장 좋았던 사진 또한 장독대 고양이 사진이었다. 아무래도 그들의 눈에 장독대와 고양이는 색다른 이국적 풍경일 테고, 우리에게는 고향의 정서가 더해진 푸근하고 정감 있는 풍경일 것이다. 이래저래 장독대와 고양이는 언제나 묘한 어울림을 느낄 수 있어 좋다.

   
  △ 고양이들은 식사 후 따뜻한 옹기에 엉덩이 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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