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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소외와 반성으로서의 여행
여행을 사색하다
[209호] 2019년 09월 23일 (월) 김태환 편집장
   
  △ 하노이의 어느 카페 (사진 : 김태환)  

    여행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여행이란 ‘내가 있음’에서 ‘내가 없음’으로 나아가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는 경험이다. 타국에 도착하면 우리는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한국인으로서의 자신’이 일부 소외되는 경험을 하게 되는데, 이는 매우 고독한 것이어서 마치 실연으로 인해 친숙한 세계가 붕괴되는 경험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없음’과 ‘소외’는 삶에 있어서 어떤 반성의 계기를 제공하는가? 관습적 질서의 옷을 벗음으로써 나와 세계의 치부를 보다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건은 하노이의 바(bar)에서 발생했다. 친구와 나는 상당한 애주가이며, 술을 거듭 마시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여행자거리를 방황했다. 새벽 1시쯤이었고, 위스키와 칵테일을 마시기 위해 우리는 어떤 바(bar)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직원은 한숨을 크게 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는데, 여기서 ‘피곤해죽겠는데 이렇게 늦게 술을 처먹으러 오냐?’라는 의미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병맥주에 비해 다소 일거리가 많기 때문일까? ‘블랙러시안’을 주문한 나를 빤히 바라보는 직원의 얼굴에는 짜증이 한 가득 서려있었다. 굉장히 유쾌한 경험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유쾌했던 것은 ‘가면적 질서’로부터 벗어난 인간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화폐를 지불함으로써 상품이나 어떤 대상을 획득하는 동시에 ‘사람의 인상 혹은 마음’까지 얻으려한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또한 정당하다 말할 수 있을까? 사실 ‘서비스업’이란 불가능하고 모호한 것이다. 한 인간은 인간일 뿐, 어떤 방식으로도 혹은 어떤 대가로도 그 사람의 쾌와 불쾌를 완전히 통제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권리도 없다. 즉, ‘고객이 왕이다’라는 사고방식에서 ‘고객도 직원도 똑같은 사람이야’라는 논리로 전환해야한다. 고객이 부당한 요구나 행동을 할 때, 직원도 맞서서 소리를 내고 짜증도 낼 수 있어야 인간적 동등함이 인정받는 사회라 말할 수 있다.

   나는 이처럼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을 통해 ‘인간’에 대해 고심한다. 사소한 것이 문화적으로 더욱 도드라지는 이유는 서울이라는 ‘관습’에서, 하노이라는 ‘낯선 공간’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물음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행위이자 상황이다. 이를 통해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보잘 것 없어지고, 옳고 그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내 자신까지 보잘 것 없음에 도달한다. 이것이 바로 ‘내가 없음’이다. ‘내가 있음’이라고 주장하는 것, 즉 유아론의 극단에 다다른 이들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믿는 진리나 종교를 통해 타인을 통제하려 한다. 이는 참으로 무서운 일이지만 많은 이들은 자신을 믿고 있으며, 또한 기성세대이자 ‘꼰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기성의 틀을 무너뜨리는 일은 ‘물음’없이 불가능하다. 묻지 않는 투쟁과 묻지 않는 혁명은 또 다른 꼰대를 탄생시킬 뿐이다. 동시에 물음 없는 여행은 쾌락적 휴식에 불과하다. 쾌락적 휴식이 나쁘다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행의 도처에는 수많은 물음들이 있으며, 이는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반성적 계기를 선사한다. 우리는 많은 것을 보면서도 생각하지 않고, 때로는 알면서도 반성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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