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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으로 살아간다는 것] 직업이 뭐예요?
[208호] 2019년 05월 13일 (월) 익명 봉규탁

   “직업이 뭐예요? 무슨 일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잠시 머뭇거린다. 질문자가 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프리랜서로 집에서 일해요”라고 짧게 답한다. 나의 경제적인 상황이나 능력을 궁금해하는 사람이라면 “전문 번역가입니다”라고 답한다(프리랜서라는 말은 뺀다. 그래야 백수가 아니라 내 앞가림 정도는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십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인사가 아니라 심도 있는 대화로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사람, 혹은 나의 관심사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사람에게는 “현재는 대학원생이에요. XX을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프리랜서로 번역가 일을 하면서 전문 연구자를 꿈꾸고 있다는 사실은, 이야기를 계속 하면서 자연스럽게 밝히면 된다.

   대학원생이란 직업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활동을 함으로써 경제적 소득이 어느 정도 보장되고, 이로 인해 그것이 지속 가능한 활동이 될 때 비로소 직업이 된다. 내가 아는 대학원 동료 중 상당수는 이미 다른 직업이 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조교 등과 같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활동을 열심히 하며 대학원 생활을 이어나간다. 대학원생이란 직업이 아니라 신분이다.

   해외에서는 ‘풀타임(full time) 대학원생’, ‘파트타임(part time) 대학원생’이라는 단어가 일반화되어 있어 참 편하다. 무슨 일을 하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풀타임 대학원생’이라 답하면 된다. 현재는 잠시 돈을 벌지 않지만 조만간 전문 연구자가 되어 ‘훌륭한 어른’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철없는 부모님 등골 브레이커가 아니라는 점을 함축적으로, 그리고 당당히 밝힐 수 있다. 혹은 반대의 경우 ‘파트타임 대학원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본업을 밝히면 된다.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아주 간단히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다.

   사실 프랑스와 영국과 같은 유럽 국가에서 ‘풀타임 대학원생’과 ‘파트타임 대학원생’의 구분은 단순히 일상적인 대화에서 편리성을 제공할 뿐 아니라 공식적인 신분을 나타낸다. 대학교에 등록을 할 때부터 자신이 ‘풀타임’으로 공부할 것인지 아닌지를 결정한다. 등록금의 금액, 납부 방법, 학기당 이수 학점 등이 다르게 적용되며, 주어지는 혜택도 다르다.

   ‘풀타임 대학원생’은 학생의 신분을 인정받아 학교에서 장학금, 기숙사 선발 시 우선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폭의 교통비 할인, 무료 의료보험, 주거 보조금 등 사회적으로도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파트타임 대학원생’은, 엄밀히 말해 학생의 신분이 아니므로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된다.

   한국의 대학에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존재하는 듯하다. 하지만 ‘풀타임’과 ‘파트타임’ 신분을 공식적이고 엄밀하게 구분하지 않기 때문인지, ‘대학원생’에 대한 시선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대학원은 취업에 실패한 취준생이 적을 둘 곳이 없어 오는 곳, 또는 금수저 집안에서 태어나 공부를 취미로 하는 사람이 오는 곳이 아니다. 미래의 전문 연구자가 자신의 직업을 갖기 위해 오는 곳이다. 한국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무엇을 하냐고 물을 때, 머리를 굴리며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 없이 당당하고 간단하게 대학원생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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