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5.20 월 18:24
인기검색어 : 등록금 인상, 총장선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학술 서평 > 과학소묘
     
[과학소묘] 강원 산불 이후, 생태계 복원으로 새 생명을!
자연복원과 인공조림 병행해 조기 회복
[208호] 2019년 05월 13일 (월) 김형자 과학 칼럼니스트
   
 

△ 사진출처 : pixabay

 

  지난 4월 4일, 우리는 사상 최악의 산불을 겪었다.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의 변압기에서 시작된 불이 고성,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의 동시다발적 산불로 확산되면서 1,757㏊(여의도 면적 6배)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강원도 산불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최근 20년 전후로 대한민국에는 역사에 남을 만한 산림 화재가 발생했다. 1996년에 발생한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일대 대형 산불, 그리고 2005년에 일어난 양양 산불이다. 20여 년에 걸쳐 발생한 삼림 화재로 우리 국토는 3만㏊에 달하는 귀중한 삼림을 잃었다.

 산불은 한순간에 산림 생태계를 초토화시킨다. 수십 년을 가꿔온 강원도의 울창한 숲들이 화마에 쓰러지면서 숲에 살던 동물들도 살 곳을 잃고 떠난다. 토양도 척박하게 만들고, 숲이 가졌던 수많은 기능마저 감퇴시킨다. 부식질로부터 공급받던 유기물이나 치환성 양이온(칼슘, 마그네슘, 칼륨)이 급격히 감소해 토양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악화시킨다.

 뿐만 아니다. 산불로 나무 뿌리가 타고 낙엽 등 유기물이 없어지면서 비가 오면 표토층이 그대로 휩쓸려가 잔돌이 드러나고 토양의 수분 함유력 또한 떨어진다. 강원 지역의 대형 산불 후 매년 여름 장마철이면 강원도가 가장 큰 피해를 겪는 이유의 하나다. 따라서 숲의 불탄 자리에 다시 생명이 자라나도록 인간의 보살핌이 필요하다. 과연 불탄 산야에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일반적으로 산불 피해지의 생태계 복원은 산림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입장에 따라 대안이 다르다. 이를테면 산림전문가들은 인공조림으로 피해지를 하루빨리 복구시키자고 주장하는 반면 생태전문가들은 자연의 힘으로 복원시키자고 주장한다. 한편초지(草地) 전문가들은 산불 피해지에 씨를 뿌려 먼저 풀밭으로 회복시킨 후 가축의 방목장으로 활용하다가 가축의 배설물로 토양이 어느 정도 비옥해진 다음 조림하자는 주장을 편다.

 산림전문가들 입장은 급경사지, 암석지, 주능선, 계곡, 조림지 외곽지역은 자연적 회복을 유도할 수 있지만 토사유실 위험이나 산불 피해 정도, 경제림 조성 등의 측면을 고려한다면 나머지 지역은 인공조림을 하는 게 맞다고 한다. 식생, 지형, 지질, 기후, 임지의 생산능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인공조림’과 ‘자연복원’ 대상지를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생태전문가들은 우리 숲의 구조는 자연복원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공조림보다 자연복원을 해야 생태계를 더 빨리 안정화시키고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원도와 산림청은 생태전문가와 산림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해 장단기 계획을 세울 방침이다. 한쪽의 천편일률적 방법보다는 지형에 따라 자연복원과 인공조림을 병행해황폐지를 조기에 회복시켜 나간다는 것. 자연복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풀과 나무가 다시 자라나는 것이고, 인공조림은 불에 탄 나무는 제거하고 그곳에 묘목을 심는 방식이다. 지역 토양이나 주변 특성, 목적 등에 따라 심는 나무 종류를 달리한다. 산사태발생이 우려되는 곳은 뿌리가 깊은 아카시아, 주거지나 사찰 주변에는 불에 강한 은행나무, 느티나무류를 심는 식이다.

 인공조림은 3~7년 내의 시간을 두고 진행하게 된다. 산불 직후에는 나무를 키울 토양상태가 아니어서 바로 심어서는 안 된다. 산불 지역의 토양이 회복되려면 초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둬서 안정화되기를 기다렸다가 환경에 맞는 식물들이 뿌리를 내리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조치에도 생태계가 예전 수준으로 복구되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국립산림과학원은 1996년 고성 산불, 2000년 동해안 산불 이후 20여 년간 식생, 지표 지질, 곤충, 수서생물, 야생동물 등 산불 피해지의 생태계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황폐해진 산림이 예전의 모습을 찾는 데는 20∼30년이 걸리고, 어류·수서류·개미류·포유류·토양 순으로 복원이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이 난 숲의 계곡에는 3년이 지나서야 어류가 돌아왔다. 수서 무척추동물은 9년, 개미류는 13년, 조류는 19년이 걸렸다. 소나무 숲의 키는 20년이 지나도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의 31%밖에 크지 않았고, 참나무 숲은 그나마 60% 수준으로 복원됐다. 또 야생동물의 경우는 35년, 토양 회복에는 최소 100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이 이전과 유사해져야 동물이 돌아오고, 토양은 숲 생태계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동물과 미생물의 활동이 있어야만 예전 수준의 회복이 가능해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도 황량하기만 했던 산불현장에서 파란 싹이 돋고 생태계가 되살아난다면, 종국에는 식생군집의 천이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이제 황량한 민둥산에 ‘푸른 희망’을 심자.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번 산불을 통해 우리가 생명과 생태의 문제에 눈을 뜰 수 있었다면 큰 불행 중 작은 다행인 셈이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김대욱 | 편집장 : 송석주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우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