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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서평] 마이너리티에 대한 지정학적-고고학적 고찰
Matthew Frank, Making Minorities History: Population Transfer in Twentieth-Century Europe, Oxford University Press, 2017.
[207호] 2019년 03월 25일 (월) 윤재민 조선대 강사 / 문학평론가
   
     

   지식인들에게 유럽이 세계의 보편으로 인식되던 시절이 있었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전근대 문명국의 엘리트들조차 ‘유럽’을 모방하며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미래를 전망했을 정도였다. 그들은 전근대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유럽식 국민국가체제를 모델로 한 정체(polity)개혁을 주장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같은 관념은 의문에 부쳐지는 중이다. 국내외의 뛰어난 선배 연구자들에 의해 이미 민족국가 단위의 전망이 가진 한계와 난점들이 파훼된 지 오래다. 나아가 단일민족(Nation)이라는 신화의 역사가 실은 정체성의 억압 혹은 마이너리티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와 다름없다는 증거가 도처에 산재한다. 근대 국민국가의 기원인 서유럽의 중심국들은 오늘날 자신들의 정치적 전망과 그에 수반된 위선의 결과물인 마이너리티 문제로 심각한 내홍을 겪는 중이다. 국민국가 내 마이너리티 문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유럽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단일민족 신화에 천착한 국민국가 체제를 고수하는 한국 또한 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에서 마이너리티 문제는 여러 사안에 밀려서 현재 서유럽만큼의 정치사회적인 당면과제로 인식되고 있진 않다. 그러나 민족국가의 마이너리티들에 대해 지금보다 직접적으로 대면해야 할 시기가 한국인들에게도 조만간 도래할 터이다. 현재 서유럽에서 벌어지는 마이너리티를 둘러싼 사회적 내홍은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인들이 겪게 될 문제의 반면교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마이너리티에 대한 더 많은 선행연구를 참조하고 축적해야 한다.
   이번에 소개할 매슈 프랭크 저서 Making Minorities History: Population Transfer in Twentieth-Century Europe은 18세기 말에서 20세기에 걸쳐 진행된 유럽에서의 민족국가(nation state) 형성의 신화를 그 이면에서 벌어진 마이너리티 형성과정으로 재조명하는 역작이다. 저자는 19세기부터 본격화된 근대 국민국가체제의 득세에 따라 유럽 내 정치적인 지형이 두 개의 큰 축으로 재편됐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 축은 영국·독일·프랑스로 대표되는 서유럽의 근대 국민국가, 또 다른 축은 서유럽이라는 ‘중심’의 ‘외부’로 분류된 그리스·발칸반도·불가리아·체코·폴란드·루마니아 등의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의 변방국들이다. 서유럽의 근대국가 지식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가치의 두 축인 그리스·로마의 철학과 기독교를 보편타당한 인류적 가치로 재구성해나가면서 근대 ‘유럽’의 권역을 형성해나갔다. 그러나 그들이 상정한 유럽정신의 발상지가 서유럽의 변방(발칸반도)과 외부(예루살렘)에 위치한다는 게 문제였다. 20세기 초 독일 최고의 법학자 중 하나였던 지그프리드 리히텐스태터(Sigfried Lichtenstaedter)는 오스만 제국과 맞닿은 발칸반도를 이슬람 문명에 대한 유럽-기독교의 보루로 구획했다. 그리스를 ‘유럽’으로 간주하기 위해서였을 이 같은 지적 구획은 독일 민족국가 형성의 근간인 단일민족 신화의 유럽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역사적으로 여러 민족들이 어울려 공존하던 그리스와 발칸반도 지역의 지정학적 본질인 민족이동과 이주를 순혈주의에 입각한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관념의 기원이 된다. 나아가 리히탠스태터는 민족이동과 이주를 유럽 내 단일민족 국가 형성의 걸림돌로 간주하며 접경지역 이주민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추방과 숙청을 학술적 차원에서 진지하게 고려했다. 목적론적이고 편견으로 가득 찬 그의 주장은 당시에 혹독한 비난과 조롱을 받아야만 했다. 그러나 한 세대 이후 독일에서 리히텐스태터의 ‘학설’은 현실이 된다.
   이 책은, 발칸지역 뿐만 아니라, 서유럽 중심주의에 따라 마이너리티로 타자화된 이십세기 초 유럽의 여러 지역에 대한 사례를 학술적으로 풍부하게 다루고 있다. 유럽의 국민국가 형성과 마이너리티의 관계 혹은 국민국가와 마이너리티의 지적 고고학의 탁월한 사례를 확인하고픈 이라면 놓쳐선 안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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