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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비평] 생물학적 결정론의 귀환과 한국 안티페미니즘의 형성
차이가 아닌 차별에 관해
[207호] 2019년 03월 25일 (월) 이우창 인문학연구자
   
  △ 사진출처 : pixabay  

   성별 간 격차·차이는 자연적인가, 인위적인가? 통상적으로 ‘생물학적 결정론자’란 이 고전적인 물음에서 남성·여성의 특성 및 그로부터 관찰되는 양성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인간의 생물학적 본성에 기인하고 있으며 따라서 이를 사회적으로 교정하려는 노력은 틀렸다고 주장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과거에는 이러한 입장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지만, 사회 변화 혹은 어떠한 사회에 속하느냐에 따라 남성·여성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음이 인식되면서, 또 특정한 생물학적 요소와 실제 인간의 삶 사이의 관계가 무척 복잡함이 드러나면서 이제 생물학적 결정론을 진지하게 주장하기란 어렵게 되었다. 분자, 세포, 조직, 기관 등의 수준에서 ‘자연적인’ 성차가 유의미하게 발견될 수 있다는 주장, 그것이 복잡한 현대사회에서 관찰되는 특정한 성별 격차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설명, 현상이 규범적으로 정당한가 여부의 판단은 각각 다른 과제다. 생물학적 결정론자들은 대체로 셋의 차이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데 소홀한 이들로 평가된다.
   성차별을 둘러싼 최근의 대중적 논쟁지형에서 흥미로운 점은 거의 논파된 허수아비 정도로 취급받는 생물학적 결정론이 여러 형태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차이가 관찰되는) 성별 간 소득격차 문제를 필두로 한국사회에 성별 간 차별·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하게 존재하는지를 둘러싼 다양한 논쟁을 살펴보면, 그것은 부당한 차별이 아니라 양성의 생물학적 본성에서 기인한 ‘자연스러운 차이’에 불과하다고 강변하는 사례가 종종 발견된다. 물론 이것이 일상적인 편견의 표현이거나, 아니면 이런 무리한 방식이 아니고서는 성별 간 소득통계로 드러나는 명백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게 되었음을 보여주는 예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물학적 결정론자들이 종종 자신의 ‘학술적’ 근거로 북미의 대중적 안티페미니스트 조던 피터슨을 든다는 사실은 짚을 필요가 있다. 토론토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자기계발서 『12가지 인생의 법칙』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피터슨은 북미 반(反) 리버럴·진보 그룹 “Intellectual Dark Web"의 일원이자 대중적인 영향력을 갖춘 안티페미니스트로, 특히 페미니즘을 비난하면서 조잡한 형태의 진화심리학적 논변에 기초한 성차의 생물학적 결정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비판받는다.
   중요한 점은 그의 논변이 한국에 수용되는 경로 자체다. 간략히 정리하면 북미의 (공식적인 학계에서라면 엄청난 비판에 직면할) 대중적 주장이 유튜브·SNS·온라인 커뮤니티를 경유하여 한국의 온라인 공론장에 빠르고 광범위하게 유포되고, 이것이 다시 사회현상을 특정한 각도에서 해석하는 ‘학술적’ 근거로 활용된다. 즉 생물학적 결정론의 재등장은 한국의 공식적인 학술장 바깥에서 어느 정도의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유사학술담론이 형성되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다. 이런 맥락에서 생물학적 결정론을 포함해 한국 안티페미니즘 담론의 형성과 확산을 단순히 ‘2030남성의 보수화’나 반지성주의의 대두로만 치울 수는 없다. 이는 명백히 오늘날 특히 영어권을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한 전지구적 의사소통의 양과 속도가 모두 급격히 증대해온 상황의 산물이며, 따라서 (페미니스트를 포함한)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지식·담론장의 조건을 어떻게 변모시키는지, 그리고 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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